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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놀라인줄 알았건만

Granola

by Jules


나는 주로 퍼블릭스(Publix)나 크로거(Kroger)에서 장을 본다. 필요에 따라 스프라우트 파머스 마켓(Sprouts Farmers Market)이나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갈 때도 있다.


한국에 있을 땐 ‘봉투값 100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미국에 온 뒤로는 어떻게든 비닐봉지값을 피하고 싶어진다.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그래서 조금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날 장바구니를 챙겼는지, 또는 얼마나 많은 일회용 가방이 필요할지에 따라 어느 슈퍼마켓에 갈지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게 바로 penny-wise?)


퍼블릭스크로거에서는 비교적 얇고 잘 찢어지는 비닐봉지를 아낌없이 주는 곳이고, 스프라우트에서는 두꺼운 유료 비닐봉지를, 홀푸드마켓은 고상한 종이가방을 제공한다. 크로거 또한 2025년까지 일회용 비닐봉지를 전면 퇴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국 단위의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아직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체인마다 봉지 정책이 다른 데에는, 운영 방식의 차이가 적지 않게 작용한다.
퍼블릭스는 직원이 지분을 보유하는 비상장 기업으로, 급격한 변화보다는 내부 안정성과 지역 소비자 반응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크로거는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가진 상장사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전략을 내세우긴 하지만 실제 실행은 다소 느리고 조심스럽다. 스프라우트 또한 상장사지만, 규모가 작고 건강식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우는 만큼 친환경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절충을 선택했다. 한편, 홀푸드마켓은 2008년 이미 일회용 비닐봉지를 전면 퇴출한 바 있으며, 현재는 아마존 산하에 있다. 브랜드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대기업 자회사의 자금력과 실행력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직원 소유, 상장사, 글로벌 자회사 등 각기 다른 운영 구조는 슈퍼마켓의 환경 정책에 반영되고, 소비자의 일상에서 체감된다.


일회용 비닐봉지에 대한 규제 또한 미국 내에서는 주(state)마다 제각각이다. 캘리포니아는 2016년, 미국 최초로 주 전체 차원의 금지를 시행했고, 이후 뉴욕, 오레건, 버몬트, 뉴저지 등이 뒤따라 법제화를 완료했다. 이들 주에서는 대형 마트나 소매점에서 비닐봉지를 아예 제공하지 못하며, 일부 지역은 종이봉투조차 유상 판매만 허용한다. 도시 단위로는 샌프란시스코가 2007년 전국 최초로 금지를 시행했으며, 시애틀, 보스턴, 호놀룰루 등도 적극적으로 규제를 도입했다. 반면 텍사스, 애리조나처럼 오히려 지자체의 규제 권한 자체를 금지하는 주도 있어, 그 규제 수준과 범위는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공통적으로 일회용 비닐봉지의 대안으로는 종이봉투가 사용된다. 언뜻 보기에는 더 친환경적인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닐봉지는 석유 기반 자원으로 만들어지고 분해되지 않아, 심각한 오염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봉투 역시 반드시 더 나은 선택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제조 과정에서 많은 물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탄소 배출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사용 가능한 장바구니(tote, 에코백) 또한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그것들 역시 제작과 폐기의 측면에서 고유의 환경적 한계를 지닌다.




플라스틱과 종이

종이봉투가 무조건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장바구니를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봉투의 환경적 영향은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얼마나 멀리 운송되었는지 등 수많은 요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이봉투는 플라스틱봉투보다 제작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영국 환경청(Environment Agency)의 연구에 따르면 종이봉투를 세 번 재사용해야만, 한 번 사용한 플라스틱봉투와 동일한 수준의 온실가스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덴마크 환경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이 발표한 연구에서도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으로 만든 플라스틱봉투는 종이봉투를 포함한 8가지 장바구니 유형 중 환경적 부담이 가장 적었다고 한다.


폐기 이후

봉투가 수명을 다한 뒤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미국 내 플라스틱봉투의 재활용률은 약 10%에 불과한 반면, 종이봉투가 포함된 범주의 재활용률은 43%에 달한다.
다만 여기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EPA와 일부 연구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종이봉투만이 아니라 사무용지, 신문, 종이컵 등 다양한 종이류 전반을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비닐봉지와 종이봉투 간의 직접적인 재활용률 차이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재활용이 일부 이루어진다고는 해도, 대부분의 종이봉투와 플라스틱봉투는 결국 매립지에 묻히거나 소각 처리된다. 종이봉투는 매립지에서 분해되며 메탄과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고, 플라스틱봉투는 이런 가스를 내지는 않지만, 환경으로 유출될 경우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수백 년간 잔존할 수 있다.


재사용 장바구니 (에코백)

일회용 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재사용 가능한 토트백(에코백)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하지만 이 선의의 행동은 의도치 않게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각종 회의, 기업 행사, 유통업체 등이 홍보용 에코백을 남발하면서, 많은 가정이 도저히 다 사용할 수 없는 수십 개의 장바구니를 쌓아두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소비를 줄인다는 본래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며, 튼튼한 장바구니일수록 제작에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오히려 환경 발자국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재료의 종류가 중요하다.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면(cotton)으로 만든 장바구니는 최소 131번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지 한 개와 같은 수준의 탄소 발자국을 가진다. 덴마크 환경청은 이 기준을 149회 사용으로 본다.


이처럼 면 장바구니의 기준이 높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면을 재배하기 위한 토지, 물, 비료 사용량

(2) 면을 실로 가공하는 데 드는 에너지 소모

(3) 대부분의 가방이 중국이나 인도에서 수입된다는 점에서의 운송 거리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생산된 헴프(hemp)나 대나무처럼 지속 가능성이 높은 섬유로 만든 장바구니를 찾거나, 폐직물(재활용 천)을 이용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핵심은 ‘재사용 횟수’

장바구니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많이 재사용하는 것이 환경 발자국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컬럼비아대 환경정책 전문가 코헨 박사는 그 관점에서 종이봉투가 가장 약한 선택지라고 지적했다.

“종이봉투는 가장 내구성이 낮아요. 장을 보고 집까지 걸어가야 한다면, ‘이 봉투가 집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죠.”


꾸준히 사용할 수 있다면, 재활용 소재로 만든 튼튼한 토트백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단, 집 안에 수십 개씩 쌓아두지는 말자.


출처:




Granola

원래 귀리, 견과류 등을 섞어 만든 건강 시리얼을 뜻하지만, 속어로는 자연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히피스러운 사람들을 묘사할 때도 쓰인다. 유기농을 먹고, 플라스틱을 피하고, 요가와 명상, 자연친화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 종종 환경주의 성향을 지닌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 He’s super granola—he lives in a van and makes kombucha.


Go knit some granola.

소셜미디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재밌는 문장이다.

지나치게 자연주의적이거나 히피스러운 태도를 풍자하거나 조롱할 때 쓰인다. 말 그대로는 “그래놀라나 뜨개질하고 있어라”지만, 실제 의미는 “그 유별난 라이프스타일 좀 그만해”에 가깝다.


이 표현은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 조롱조로 사용된다:

- 유기농·무정제·자연주의만 고집하는 사람

- 에코·비건·히피 감성에 지나치게 몰입한 사람

- 다른 사람에게 윤리적 소비를 강요하는 타입

- 또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윤리의식 과잉인 사람에게 "좀 과한 거 아냐?” 하고 말하고 싶을 때


예 1: You won't eat store-bought bread because it’s not “alive”? Go knit some granola.

예 2: She said her almond milk has too much carbon guilt. Girl, go knit some gran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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