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린 옷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잘 정돈된 인생의 준비물들을 보는 듯하다. 정장을 고이 걸어두면 내일의 회의나 중요한 만남을 떠올리게 되고, 편안한 티셔츠와 바지를 걸어두면 다가올 휴식과 여유로운 하루가 기대된다. 옷걸이에 걸려 있는 건 단순한 옷 한 벌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살아갈 하루의 모양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옷을 고르는 내가 매번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제의 나는 단정한 모습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오늘의 나는 자유로움을 원하고, 내일의 나는 또 다른 색깔을 찾을지도 모른다. 같은 옷걸이에 걸려 있어도, 선택하는 순간의 마음과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결국 옷보다 중요한 건 옷을 고르는 나 자신, 그날의 ‘나’인 셈이다.
옷걸이는 저마다 모양이 다르다. 나무로 된 것도 있고, 플라스틱으로 된 것도 있다. 두툼해서 무거운 외투를 버텨내는 것도 있고, 가볍게 셔츠 한 장만 받쳐주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걸이의 본질은 단 하나다. 옷을 걸어주는 일. 어떤 옷이 걸리든, 그 역할만 충실히 해주면 된다.
우리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매일 새로운 상황에 놓이고, 새로운 선택을 하며, 어제와는 다른 오늘, 오늘과는 또 다른 내일을 살아간다. 때로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책임을 걸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가벼운 즐거움만 걸어두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의 본질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 나라는 옷걸이가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한다면, 그 위에 걸린 하루하루는 어떠하든 의미가 된다.
옷걸이에 걸린 옷을 고르는 작은 순간에도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오늘의 나를 존중하고,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무엇보다 나라는 본질을 지켜내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여 결국은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옷장을 완성해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