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기의 위로

부스러기

by FreedWriter

빵을 먹다 보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존재가 있다. 바로 부스러기다. 아무리 조심조심 베어 물어도 무슨 신호라도 맞춘 듯 빵 조각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빵을 먹은 자리는 어느새 작은 별똥별 파티장 같다.


처음엔 “아이고, 지저분해라” 하며 탓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부스러기들이 그냥 흩어져 있는 게 아니다.

손으로 모아 한 움큼 쥐면, 그게 또 하나의 작은 빵이 된다. 온전하진 않지만, 부스러기들끼리 모이면 분명히 ‘뭔가’가 된다.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늘 “나 혼자 잘해낼 수 있다."라며 큰 빵처럼 온전한 존재가 되려 애쓴다. 하지만 현실은 매일 부서지고 흩어진다. 실수라는 부스러기, 후회라는 부스러기, 기쁨과 웃음의 부스러기 등이 그렇다. 혼자서는 그저 흩뿌려진 채로 의미 없을지 몰라도, 옆 사람의 부스러기와 모이면 그제야 하나의 빵, 아니 ‘새로운 하나의 인생’을 이룬다.


생각해 보면, 가족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다. 아이들 키우며 내가 흘리는 한숨의 부스러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의 부스러기가 합쳐져서 오늘 하루가 완성된다.


결국 우리는 부스러기 같은 존재다. 완벽하지 않지만, 모여야만 완전해진다. 그러니 다음에 빵 부스러기를 볼 때는 청소기 들기 전에 잠깐 웃어보자. “아, 나도 저 부스러기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구나. 그런데 그거면 충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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