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큰일이다.
확실히 학부형이 된다는 것은 부모로서 또 다른 큰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첫째 여니의 진정한 학생의 길로 들어서고 처음 맞는 방학. 방학기간에도 학교는 돌봄 제도로 운용이 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속에서도 나만의 시간표를 기준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방학이더라도 나만의 커리큘럼 속에서 운동하고 공부하는 중이었다.
둘째 라미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가장 큰 차이점. 방학의 유무다. 두 기관 모두 방학은 있지만, 어린이집은 돌봄 제도가 있어서 방학 기간에도 등 하원 버스가 운영되지 않는 것 말고는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또래들과 시간을 보낸다. 유치원은 방학 기간은 온전히 쉬는 것으로 알고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이지 않을까.
부모가 되고 자신들만의 사회인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이 좋을까 많이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면, 투박한 손으로 식사를 준비해 준다 한들, 교육기관에서 편성된 영양이 골고루 편성된 한 끼 식사가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 아빠가 잘 놀아준다 한들, 또래와 같이 노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안돼!”, “이건 여니랑 라미가 잘못한 거야!”
라는 것보단,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가장 좋을 시기인 것 같은 생각이다. 물론, 아빠로서, 부모로 해야 하는 당연한 일도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오해는 말기를.
이른 새벽. 온라인 독서 모임을 마치고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는 두 아이를 깨워 부지런히 준비했다. 오늘 아침은 시리얼. 밥을 잘 먹고 싶어 하지 않은 두 녀석들에게 가장 빠른 먹거리를 준비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아침이다. 조미김에 말아주는 밥도, 계란 간장 비빔밥도, 국에 말아주는 밥도 다 싫다 한다. 뭐라도 먹여야 하는 아빠는 전쟁 치르듯이 꾸역꾸역 준비해 줬지만,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적군과 같은 아이들이 먹으려고 하는 것 위주로 준비해 준다.
둘째 라미의 등원 버스 시간이 다가오고 부랴부랴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우유에 빠진 시리얼은 눈 깜박할 새 없어져있었다. 다행이다.
버스 시간은 늦지 않았지만, 노란색의 장난감 같은 버스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둘째 라미는 아빠의 손을 잡고 개선장군처럼 천천히 걸어가고, 첫째 여니는 빠른 발걸음을 재촉하며 앞으로 먼저 치고 나간다. 그 순간,
정류장에 기다리고 있던 다른 학부모님 왈.
“여니 아버님! 오늘부터 돌봄도 방학이에요.”
“예?”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던가. 순간, 나의 뇌 속에 잠재되어 있는 짧은 기억 속의 방학 알림장을 꺼내본다.
맞다. 돌봄도 방학이 있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방학 알림장을 처음 받아봤을 때, 그 시기가 오면 뭘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그 찰나의 이미지가 필름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둘째 라미는 버스에 올라타고 놀이동산 직원 마냥 손을 흔들며 잘 다녀와라며 인사한다. 첫째 여니는 옆에서
“아빠? 8월 8일이야! 몰랐어? 돌봄도 방학인 거?”
나의 무지를 버스 정류장에 모여 있는 다른 부모님들께 방송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잠깐만,, 우리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놀고 싶어 하는 여니와 협상을 하기 위해 어떤 제안을 해야 할까. 세탁된 빨래도 개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글쓰기 미션, 계획한 운동, 온라인 사업 공부 등, 계획한 오늘의 일정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는 시점이다.
플랜 B가 없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와 이성적으로 고민하며 글을 쓴다. 첫째 여니에게는 방학 알림장에 있는 과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세뇌 시켰기에 일단 방학 숙제에 대한 임무를 준다. 수학 공부, 국어공부, 1일 책 한 권 읽기, 캐릭터 5개 그리기 등 필수 과제와 선택 과제가 있지만, 놀고 싶은 여니는 어느새 다 끝냈다며 검사받으러 온다.
무섭다.
임무를 완수하는 시간대가 평소보다 2배 이상은 빨랐다. 확실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목적이 생겨서 그런지 이렇게까지 빨리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1차 협상안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반납한 뒤, 아빠와 함께 자전거 타기. 오늘의 하루가 무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