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짱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사물과 우정에 관하여

by 김 몽


사물의 디자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원래의 사정들이야 있겠지만은

의도된 용처 외의

사소한 발견을 하게 된다.


무의미한 사물이 비로소

나의 '애착 사물'이 되는 순간이다.

그건 아마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도 그러하다.


생일날 우연히 입양한 짱구로 인해

나의 생활에는 사소한 변화가 있었다.

짱구의 낮은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로 한 것이다.


'짱구 입양기'를 연재하는 동안,

친구 간에 흘러가는 대화를 의미 있는 대화로,

지나간 여행을 기억하고 싶은 순간으로

되새겨 주었다.


내 맘속 한켠 구석에 숨겨두었던

소심함, 허탈함, 황당함이

짱구의 등에 밀려 다시 조심스럽게 꺼내어졌다.




몇 해 전 을지로에 있는 공구상가에 갔을 때

가게 안의 빨간 기름통이 눈에 들어왔다.


엎어진 기름통이

마치 나를 보고 있는 듯해 보인다.

손잡이는 그의 긴 코로,

몸통과 연결되는 툭 튀어나온 부분은 이마로

마치 아프리카 가면처럼 보인다.

나는 거기에 벨 버튼을 달고 뚜껑를 열어

그의 숨통을 트인다.


세로로 세우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나타난다.


@세운portrait


나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운의 얼굴'이라는 전시를 하였다.

드라이버와 같은 공구들이

얼굴의 형상을 이루고

반 고흐의 얼굴을 만든다.

그곳의 낡은 드라이버는

그림의 붓이요, 얼굴의 섬세한 근육이다.



@세운portrait 고흐의 자화상
@세운portrait 고흐의 자화상 측면




톰 행크스의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주인공은 고립된 무인도에서 함께 떠내려온

배구공을 친구 삼아 외로움을 견뎌낸다.


섬의 탈출을 위해 뗏목배를 만들어 바다로 향했을 때에도

배구공 윌슨은 항상 그의 곁을 지킨다.

하지만 배가 난파하여 윌슨이 저 멀리

바다로 사라지면서

그를 지키지 못해 흘리던

톰 헹크스의 오열을 잊을 수가 없다.


"윌슨! 윌슨! 아이엠 쏘리!!"


영화 캐스트어웨이의 윌슨


극적이게 구조가 되어 문명사회로 돌아오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윌슨은

자기 연민과 모든 것이 함축된 '그' 자체이다.




어쩜 짱구를 통해 본

나의 얘기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나는 짱구의 시선에서 제3의 대상이 된다.

모든 환경은 달라 보이고 객관화된다.


이것이 또한 뒤늦은 '양육 DNA의 발현'이라고

안쓰럽다 해도 어쩔 건가!

큰 인물이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애써 키워본다는 입장에서

양육과 창작은 같은 맥락이다!




내가 짱구를 만난 생일로부터

어머니가 구순 90을 맞는 한달여 간의 여정은

나에게 많은 영감이자 실행의 원동력이었다.


항상 엉뚱한 행위로

짱구를 촉발시킨 혜련이와

선수를 포함한 다섯 친구의 재치에 감사한다.

생동감 있는 표현을 위해 친구들의 대화 내용은

그대로 재현되었다!

글에 대한 끈기와 용기를 독려해준

Alex와 Sun에게도 감사한다!


글은 여과 없이 나를 옷벗김으로써

오히려 가까운 가족에게 보이기 항상 머뭇거려진다.

어머니는 항상 자식이 애처롭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을 만난 것은

'짱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photo by Alex



* 짱구는 진정 타임캡슐에서 깨어나 지구로 돌아왔을까요?

2탄 '짱구 유랑기'로 연속됩니다!


구독과 응원은 짱구에 대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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