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곰브리치,『곰브리치 세계사』

책을 읽고 느끼는 감상(鑑賞)

by 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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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곰브리치 세계사』.


'세계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는다. 이 책은 '세계사' 책이 아닌 '유럽사' 책이라는 것을. 하지만 유럽 위주로만 서술되어 있다는 점 하나로 폄훼하기엔, 이 책은 너무나도 훌륭하다. 마치 늙은 할아버지가 어린 손주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모든 내용들이 매우 편안하게 읽힌다. 역사란 결국 일어난 사건들의 나열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딱딱하고 지루한 글 뭉치가 되기 쉬운데 말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1936년작인 만큼,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내용은 언급되지 않는다. 물론 1985년에 2판을 내면서 '40장: 나 자신이 체험한 세계사의 한 부분 ─ 회고'라는 챕터로 그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했지만 분명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유럽 위주의 역사를 이야기할 뿐, 유럽 밖의 세계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도 못내 아쉽다. 역사란 결국 서술자의 견해에 따라 저술되는 것이니, 이것이 당시 유럽인들 대부분의 인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유럽 위주로 서술되어 있다 해서, 무작정 유럽인들의 편만 드는 것은 아니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그 내용이 아주 깊지는 않지만, 이 책 하나만으로도 서양사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릴 것이라 확신한다. 입문서로 이보다 훌륭한 책이 더 있을까?




내가 세계사에서 가장 재미있게 여기는 점은 그 모든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이하기 짝이 없는 그 모든 일이 당신과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엄연한 현실로 존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은 꾸며 낸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워서 절로 경탄을 자아낸다.


에른스트 곰브리치, 『곰브리치 세계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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