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현생 레벨업

가짜를 껴안고 진짜로 걷기까지

by Tord

게임을 한다.


푹 빠져서, 내가 진짜 세계의 영웅이 된 것처럼 몰입한다.


수많은 노력과 역경을 견디고, 마침내 승리와 영광을 쟁취한다.


하지만


모니터가 꺼지는 순간, 나는 다시 사라진다.


가짜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심지어 죽음의 위기까지 불사한다.


그리고 결국 해낸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충분히 감정이입되어 있었고, 그가 곧 나 같았다.


그걸로 족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끝나면 지독한 현실로 돌아온다.


가짜였다.


오늘도 이 강의 저 강의 기웃거리며


자기계발 영상을 보고, 자기계발 책을 넘긴다.


“할 수 있겠다. 나도 뭔가 될 수 있겠다.”


희망이 생긴다.


하지만


진짜 자기계발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계발 콘텐츠만 소비하고 있다.


혹시 나는


‘지금도 뭔가 하는 중이야’라고


나 자신을 속이고 싶은 건 아닐까?


그래야 덜 불안하니까.


그래야 멈춰 있는 지금도 성장 중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것조차도, 가짜다.


도피하는 이유는 많다.


그 중 하나는…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선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보살펴 줘야 한다.


“괜찮다”고 해줘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잠시라도 안아줘야 한다.


몸과 정신이 조금 괜찮아졌다면


그때,


걸어보자.


걷다 보면


청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청소를 하다 보면


작은 성취의 기쁨이 느껴진다.


작은 성취는


더 큰 성취를 꿈꾸게 만든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라


“실제로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아무거나 작은 것,


하지만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부터 시작하자.


작은 일 하나가 진짜다.


책 한 권 읽기 같은 것, 그거면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