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렇게 아플까
오늘도 별일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출근길엔 언제나처럼 이어폰을 끼고, 아무 말 없이 버스를 탔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점심시간을 기다리며 일했고, 퇴근 무렵엔 하늘이 조금 예뻐서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었다. 집에 돌아오면 습관처럼 TV를 켜두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어느새 잠드는 하루! 누가 봐도 평범한 하루인데, 나는 왜 이렇게 자꾸 허전할까. 왜 이토록 자주, 아무 이유도 없이 가슴이 뻐근할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사람은 늘 뭔가를 기다리기 때문에 외롭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그냥 멋진 문장이라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자꾸 마음에 맴돈다. 나는 뭘 기다리고 있을까. 연애? 친구? 새로운 기회? 혹은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아픈 게 아니라, 아무 기대도 하지 않으려는 내가 스스로를 가장 아프게 만드는 것 같다. 기대하면 실망할까 봐. 바라는 걸 애써 모른 척하고, 괜찮은 척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이제는 진짜 내 감정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턴가 ‘행복’이라는 말이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오늘도 잘 버텼다’는 말에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그게 정말 위로가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고요한 체념인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다. 이 허전함은 설명도 안 되고, 들어주는 사람도 힘들게 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조용히, 나 혼자 앓는다. 조용한 고열처럼, 티도 나지 않게...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아픔은 어쩌면 ‘나는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닐까? 고통조차 없다면,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숨만 쉬고 있는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이 허전함은 어쩌면, 내가 아직도 뭔가를 바라고 있다는 뜻 아닐까? 무언가를 원하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고, 여전히 사랑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 그게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아픈 걸지도 모른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고통이 없는 삶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나는 지금 아프다. 그 말은 지금, 뭔가를 배우는 중이라는 뜻일까. 오늘은 이 허전함을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냥 인정하기로 한다. ‘나는 지금 조금 외롭고, 조금 슬프다.’ 하지만 이 감정도 언젠가는 흐르고 흘러 내 안에 단단한 무언가를 남기고 지나갈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오늘의 아픔은, 내일의 나에게 건네는 하나의 조용한 인사일지도 모른다.
“괜찮아, 너는 잘 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