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발리여행(9-4)

25년 7월 27일, 여행 넷째 날

by moonconmong
20250727_100817.jpg 아바타 래프팅

오늘은 뜨라가와자강 래프팅을 하는 날이다. 오늘도 여행 치고는 꽤 이른 시간인 7시에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먹으러 간다. 발리에 와서 넷째 날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아침을 먹다니! 역시 기대한 만큼 제대로 된 호텔 뷔페이다. 한국식 5성급 호텔에 비해서는 빈약하겠지만, 아침 식사로는 훌륭하다. 발리에 와서 ‘물’ 때문에 생채소를 거의 못 먹다 보니 이제는 샐러드가 먹고 싶어졌다. 역시 못 먹으면 먹고 싶어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면 안 먹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신선해 보이는 양상추와 노릇노릇한 빵과 샌드위치를 담아 왔는데 막상 양상추를 포크로 짚으니 뭔가 익숙한 게 보였다. 아침인사 하러 온 애벌레. 그걸 본 아들이 “싱싱하다는 뜻이야” 해줬지만, 식욕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돈은 아까우니 오믈렛을 담고 커피 2잔을 마셔 주었다. 어디든 아침 뷔페에서 먹을 게 없다면, 오믈렛이 최고다. 항상 어디든 비슷한 퀄리티를 제공한다.

20250727_072721.jpg 애벌레가 숨어있는 양상추

8시에 들어와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우리를 픽업하러 온 기사가 8시 10분에 자기는 이미 왔다고 한다. 전날의 바투르 화산 투어를 생각하고 느긋하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붓은 달랐다. 세부에서 이런 투어를 하면, 픽업 차량이 근처 호텔들을 주~욱 도느라 보통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여기는 우리만 픽업을 하니 시간을 잘 지켰다.

차를 한 시간 정도 타고 가서 드디어 우리가 예약한 ‘아바타 래프팅’에 도착했다. 짚라인과 ATV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지만, 래프팅만 하기로 한다. 발리에서는 크게 아융강과 뜨라가와자강 두 곳에서 래프팅을 할 수 있다. 뜨라가와자강 래프팅이 조금 더 스릴 있다고 해서 모험을 즐기는 남자아이 둘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뜨라가와자강 쪽으로 알아봤다. 현금도 받고 카드도 받지만, 카드는 투어비의 3%를 추가로 받는다.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옛날 방식이지만, 발리의 작은 식당이나 여행사들은 여전히 이런 곳이 많다. 그래서 현금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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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권했지만 이미 호텔에서 충분히 마셔 노땡큐하니, 바로 출발했다. 짚라인을 예약했다면 타고 갈 수 있지만, 짚라인을 선택 안 하면 구명조끼에 헬멧 쓰고 노 하나씩 들고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짚라인의 안전이 살짝 걱정되었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타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우리는 4인 가족이라 한 보트에 탑승. 2인이 와도 한 보트에 탄다. 한국이었으면 한 보트에 6인 정도는 태워서 가는 데 발리 래프팅은 한 그룹에 한 보트로 진행하는 것 같았다. 아바타 래프팅은 14km 정도 되는 길이이고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이야기해 주는데, 막상 타보면 1시간 30분 정도 되는 것 같다. 뜨라가와자강 래프팅으로 많이들 이용하는 곳이 BMW와 아바타인데, BMW의 끝나는 지점이 아바타보다 2km 정도 길다. 그래서 BMW가 좀 더 비싼가 싶기는 하지만, 하류에서 2km는 크게 재미를 주지 않을 것 같아서 아바타 래프팅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물론, 마지막에 댐을 내려오면, 거기서 바로 끝나서, 영화로 따지면 클라이맥스에서 마무리 안 하고 끝나는 느낌이지만, 박수 칠 때 떠나라 하는 것처럼 즐거울 때 서든 데쓰도 감동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래프팅.png 래프팅

래프팅 중간에 작은 매점에서 잠깐 쉴 수 있다. 물, 빈땅, 음료, 스낵을 파는데 먹게 되면 더 오래 쉬는 거고 안 먹으면 짧게 쉬는 정도의 차이다. 물살이 센 편이라 진짜 급류 타는 느낌이 든다. 중간중간 대나무 다리가 있어 머리 부딪히지 않으려면 누워야 하고 마지막에 댐이 2곳 있는 데 후룸라이드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코너에 자주 부딪히게 만들어 더 스릴 있게 만들어 준다. 중간중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사진 포인트가 있지만 가이드한테 따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찍어주지는 않는다. 몸무게 때문에 내가 맨 앞, 아이들이 중간, 신랑이 맨 뒤에 탔는데 앞이다 보니 충돌을 그대로 받아서 더 재미있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사실 발리에서까지 무슨 래프팅이야 했는데,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일정에 끼워 넣었는데 나도 그렇고 애들도 그렇고 래프팅이 제일 재미있었다. 세부에서 캐녀닝 했을 때 의외의 재미를 발견했던 것처럼 약간 유레카! 를 외쳤다고나 할까.


20250727_122049.jpg 래프팅 후 점심

단, 래프팅 종료 후, 무수히 많은 계단을 헥헥 대고 올라가야 한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샤워실이 있고 그 위에 식당이 있다. 전형적인 인도네시아 음식 뷔페이다. 어떤 블로그에서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진짜 맛도 고만고만, 위생도 고만고만한 현지식 뷔페이다. 안 먹기는 또 본전 생각이 들어 대충 먹고 애들도 본능적으로 아는지 쥐똥만큼 퍼오는걸 콜라로 꼬셔서 좀 더 먹게 했다. 음식은 투어비에 포함인데, 음료는 별도 결제, 역시 여기도 카드로 결제하려면 3% 추가. 다 먹고 나서 가려니 차가 대기하고 있다. 또 1시간 20분을 가야 하지만, 물놀이 후 차를 타면 진짜 꿀잠 잔다.

20250727_145539.jpg 코마네카 앳 라사사양 수영장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쉰 후, 수영장으로 간다. 따뜻할 때 제대로 된 온 가족 수영놀이. 열대 밀림의 수영장에서 우리 가족만 풍덩!이었는데 몇 번 허우적대다 보니 다른 한국인 가족들이 왔다. 이 호텔에는 한국인이 절반 이상인 것 같지만 배영 할 때 내가 해외에 온 게 실감이 난다. 야자수 경치를 감상하면서 허우적거릴 때.

20250727_153552.jpg 코마네카 앳 라사사양 수영장 놀이

수영장 구석에 원형 튜브가 있길래 물어보니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역시 애들은 뭐라도 던져줘야 재미있게 논다. 열심히 수영을 하고 4시에 딱 맞춰서 에프터눈티를 마시러 갔다. 에프터눈 티타임에는 빵, 케이크와 함께 신기하게 전이 있었다. 티타임이니 나도 티, 애들은 아이스티를 선택했는데 같이 준 시럽을 다 넣어도 맛이 없었다. 5시에 요가 수업이 있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4시 30분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뛰어서 참가하였다. 1층 통창으로 된 실내에서 수업을 받는데 밖으로 그린그린들이 보이니 대자연 속에서 요가하는 맛이 쏠쏠했다. 이래서 발리에 요가 클래스가 많은가 보다. 6명이 참가했는데 한 명 제외하고 모두 한국인이라 한국인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요가 선생님은 요가를 44년이나 한 베테랑이셨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실력에 맞춰 1~3단계로 나눠서 봐주시는데 내가 왜 요가를 그만두었는지 다시 이유가 생각이 났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스트레칭하니 하고 나서 개운한 맛이 있었다.

20250727_210500.jpg 우리가 이용한 환전소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가기 전 환전을 하러 갔다. 내가 눈여겨봤던 곳은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또 닫혀 있었다. 결국 지나가다 환율이 조금 좋아 보이는 곳에 들어갔더니 메인 로드에 있는 곳이 아니라 안쪽 골목 중간쯤에 있었다. 게다가 에어컨도 없는 게 느낌이 살짝 싸했지만, 이미 들어왔고 직원들이 친절하게 응대해 줘서 환전을 하기로 했다. 얼마 바꾸는지 물어서 600달러 바꾼다고 하니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9,585,000 루피아인데 계산기 두들겨서 보여주면서 0 하나를 살짝 빼서 보여 주었다. 여기는 1000 이하는 K로 표기하기도 하니, 그러려니 하고 앞자리를 보고 오케이를 했다. 100 만씩 끊어서 9개 돈뭉치를 먼저 계산하는데 일단 10만 루피아짜리가 아니고 5만 루피아짜리로 주었다. 물어보니, 오늘이 일요일이라 은행을 못 가서 10만 루피아 짜리가 없다고 했다. 짜증은 나지만 9개 뭉치로 나눠 20장씩 다 세었다. 계수기도 없고 여권도 요구하지 않는다. 20장씩 세다가 이상한 그림이 보여 물어보니, 그제야 다른 지폐로 바꿔준다. 알고 봤더니 이제는 사용 안 하는 구지폐였다. 마지막 585,000 루피아를 받으려는데 5만짜리 2장 주면서 10만이니 나한테 15,000 루피아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0을 하나 뺐던 계산기를 다시 보여 주었다. 내가 셈이 이상해서 신랑에게 물어보니, 신랑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순간, 내가 착각했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내 핸드폰의 숫자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직원은 계속 자기가 맞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내가 그냥 가겠다고 했다. 그 순간 이놈들이 갑자기 돌변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강하게 나갔다. 그랬더니 그제야 ‘내가 실수했다’ 하면서 5만 루피아짜리 12장을 주면서 잔돈을 달라고 했다. 요 사기꾼 놈들 딱 걸렸다! 환전을 하고 나와서도 계속 찜찜했다.


혹시 구지폐가 또 섞여 있는 건 아닌지 계속 돈을 확인하고 싶게 만들었다. 환전 후, 검색을 해보니 요놈들의 방식이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었다. 호랑이를 만나도 정신만 똑디 차리면 산다는 말이 그제야 실감이 갔다.

환전 후, 유명하다는 와릉 판독 마두 가게를 갔더니 웨이팅이 20분이었다. 정말 웨이팅은 질색이지만, 대안이 없어서 그냥 기다리다 보니 결국 30분 이상 기다리게 되었고 막상 테이블에 앉았는데 주문한 음식은 50분 후에 나온다고 한다. 요가할 때까지 기분이 좋았는데 호텔에서 나온 순간 다시 발리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역시 여행은 호텔콕이지.

20250727_185427.jpg Warung Pondok Madu

오늘 나올지 의문이던 식사가 나왔는데 바비큐 폭립이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먹는 그런 맛이다. 한국이었다면 웨이팅까지는 아니었을 테지만, 발리에서는 고깃집이 별로 없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바비큐폭립은 전 세계인이 모두 좋아하는 메뉴니까. 모짜렐라 튀김이랑 사태도 주문했는데 그것도 맛있긴 했다. 오래 기다리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주문한 음식이 모두 한 번에 나오는 식당이었다. 계산을 하는데 우리가 아까 환전한 돈을 내는데, 혹시, ‘이건 위조지폐입니다’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속으로 혼자 조마조마했다. 숙소로 걸어오다가 나름 규모가 있어 보이는 슈퍼마켓에 들렀다. 발리 와서 슈퍼마켓은 처음 와봐서 신기해하고 있는데 다들 맥주 냉장고 앞에 한국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어떤 맥주를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숙소로 걸어오는데 라이브바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발리에는 라이브바가 심심치 않게 보였다. 친구들끼리 오면, 이런 곳에서 음악 들으며 맥주 한 잔 하면 딱이겠다 싶었다.


숙소로 들어오다 직원에게 체크아웃을 좀 늦게 해도 될지 물어보니 낼모레까지 만실이라 힘들다고 한다. 역시 인기 숙소이다. 대신 짐 맡겨주고 샤워 필요하면 스파실을 이용하게 해 준단다. 방으로 돌아와 배쓰밤을 넣고 반신욕을 하면서 빈땅을 마시니 다시 한번 저세상 맛이다. 그런데 반신욕 하기 전에 아까 환전한 돈 정리하는데 은행놀이 하는 줄 알았다. 지폐가 너무 많아서 백만 루피아씩 묶어서 은행에서 하듯이 종이 잘라서 묶고 하는데 인도네시아는 화폐 개혁이 시급해 보였다.


내일은 좀 느긋하게 자려고 했는데 신랑이 아침에 우붓왕궁을 갔다가 조식을 먹고 몽키포레스트를 가면 일정이 딱이라며, 아침에 가자고 한다. 누구를 위한 일정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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