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2. 부모
에피소드2. 부모
"우당탕탕."
"쨍그랑!"
"아악!"
귓가에 박히는 폭력적인 소리는 일상이자, 그 자체로 우리 집의 존재 이유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전쟁의 끔찍한 후유증이었을까. 아니면 알코올 중독이라는 무서운 망령이었을까. 혹은 해묵은 부부 사이의 깊은 갈등이 만들어낸 파국이었을까.
나의 아버지는 바깥세상에서는 정이 많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는 '좋은 사람'으로 통했다. 하지만 그 문턱을 넘어 술을 마시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폭력적이고 무서운 존재로 변모했다.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온갖 행패를 부리거나,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는 일이 허다했다.
차라리 아버지가 일관되게 나쁜 사람이었다면,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만으로 그 관계를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에 취하지 않은 날의 아버지는 더없이 정 많고 마음 약한 사람이었다. 그의 다정함과 폭력의 괴리속에 나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어머니는 어떠했을까.
그 모든 폭풍 속에서도 어머니는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애썼을 것이다. 살림은 물론, 고된 농사일과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까지, 어머니는 자신의 몸 하나 돌아볼 겨를 없이 하루하루를 오롯이 감내하며 살아내고 있었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나는 따뜻한 웃음이나 부드러운 정을 바라기는 어려웠다. 어머니는 늘 무뚝뚝했고, 우리에게 쉽게 정을 내어주지 않았다. 편히 품에 안겨본 기억이 없었고, 내 힘든 마음을 토로할 수 없는, 그저 어렵고 불편한 존재였다.
나는 그 폭력과 냉기 속에서 투명인간처럼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집 안의 공기가 언제 폭발할지 예민하게 감지하고, 스스로를 지우는 일만이 내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나에게 '부모'란, 사랑과 보호를 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늘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어렵고 불편한 사람들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 고통의 뿌리는 더 깊었는지 모른다. 내 위로 형이 한 명 있었다.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옛날에는 그런 일이 많았다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형의 죽음으로 인해 텅 비어버린 부모님의 모든 기대와 의지가, 형 다음에 태어난 나의 삶에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고스란히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