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나비

에피소드1. 골목길에서 마주침

by 포카치아바타

에피소드1. 골목길에서 마주침


찬 바람이 매섭게 뺨을 때리던 겨울밤이었다.

친구와 나는 두터운 외투 깃을 올린 채 종종걸음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때, 칼바람을 뚫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외침에 절로 귀가 기울여졌다.

"엿 사세요! 합격 엿 사세요!"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닿은 곳에는 짐작하건대 꽤 오래도록 추위에 맞섰을 볼이 빨갛게 언 소녀가 목에 엿판을 걸고 서 있었다.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단순히 호기심이었는지, 혹은 소녀를 향한 측은지심이었는지, 아니면 어쩌면 그 소녀의 앳된 모습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와 친구는 홀린 듯 소녀에게 다가가, 목에 걸린 엿판을 달라고 청했다. 그리고는 소녀를 대신해 엿을 팔아주기로 결심했다.

"엿 팔아요~ 합격 엿 팔아요!"

소년들의 우렁차고 기세 좋은 목소리는 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 그들을 응원하는 후배나 가족들, 혹은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들까지, 이 호기로운 두 소년에게서 엿을 사 갔다.

엿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통에 우리는 추운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밤이 깊어갈수록 우리의 들뜬 기운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가득 찼던 엿판에 두어 개의 엿만이 남았을 때, 소녀는 우리에게 다가와 남은 엿을 하나씩 손에 쥐여주며 연신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은 손으로 달콤한 엿을 쥔 채 친구와 헤어진 나는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집으로 가기 위해 접어든 익숙한 골목 어귀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엿이 잘 팔렸던 기분 좋은 흥이 가시지 않은 나는, 그 소녀가 도대체 몇 살인지 알지도 못한 채 대뜸 손을 내밀었다.

"시험 잘 보세요!" 하며 남아있던 엿을 건넸다.

눈에 장난기가 가득한 그 소녀는 왜 엿을 주는지 묻지도 않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넙죽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씨익, 환하게 웃고는 커다란 대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

칼바람이 불던 겨울밤이었지만, 나는 그 소녀의 웃음과 달콤한 엿의 온기를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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