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도 닥칠 초고속 컨베이어벨트

AI 시대가 진짜 무서운 이유

by 프린스턴 표류기



월스트리트

너는 비용 (cost)


대학이라는 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고 생각한 나는 과감히 분야를 바꾸어 특허법률사무소에 취직을 한 적이 있다. 내 분야는 늘 수요가 있기 때문에 나는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한 회사에서 초보 변리사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신났었고 재미있었다. 업무가 밀리면 변호사들과 새벽까지 야근을 한 적도 많다. 그럴 때는 변호사들도 다음날 정시 출근을 하지 못한다. 나에게도 좀 쉬고 나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드민 변호사에게 불려 가서 지각 출근에 대해 경고를 받았다.

"너는 비용 (cost)야. 변호사들은 매출(revenue)이고. 넌 그들과 달라."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똑똑해서 금방 알아들는구나. 고맙다. 백날 말해줘도 못 알아듣는 사람 쌨는 데."


칭찬인지 욕인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처럼 아팠다. 돈 버는 것과 상관없는 상아탑 연구실. 실패한 실험도 소중한 배움이라고 생각하던 나. 학위와 연구 경험? 정신 차려. 너는 비용이야.


이 교훈을 뼈에 새기면 왜 테크 자본이 왜 그토록 열을 올리며 인공지능 개발에 열을 올리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비용에 불과한 나의 여가 시간을 늘려주기 위해서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예측 가능, 관리 가능한 기계로 인간이라는 커다란 비용을 제거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목표이다. 그런 날이 오면 이 세상 전체의 생산성은 상상도 할 수 없이 높아질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AI는 오는가?


내 전 글을 읽어준 고마운 독자들은 물을 것이다. 너는 비싼 인공지능이 값싼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지난 글에서 말하지 않았니라고. 나는 이제 와서 딴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겠다. 그들이 대체할 것은 인간자체가 아닌, 우리들의 ‘업무’이다.


온라인 쇼핑 주문조회처럼 예측가능하고 쉬운 업무는 이미 상당히 많은 인간이 기계로 대체되었다. 내가 일하는 교육 분야는 아직 인공지능으로의 본격적인 대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수많은 시도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나 역시 인공지능을 활발히 사용하면서, 대체 가능한 업무가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놀랍도록 빠르고 인간이 대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를 돌리고 있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계속해서 우리의 업무를 대체해 갈 것이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 대체율은 99 % 가 될 수도 있고 1 %가 될 수도 있지만, 이걸 피해 갈 수 있는 직업은 없을 것이다. 물론 기계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모든 직업은 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열심히, 잘하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90 % 가 사라질 직업이라 해도 공부 깨나했던 사람들은 탑 10 % 정도는 도전해볼 만하단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도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고난도 업무만 인간 몫


난이도 최상의 일만을 예전보다 더 빨리 더 많이 해야 하는 시대를 살게 될지 모른다. Modern Times (1936)


콜센터 회사가 인원을 90 % 해고했다고 치자. 인공지능은 예측가능 보통 손님들을 순식간에 응대하겠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 횡설수설하는 소비자는 해결하기 어렵다. 모든 진상손님은 남은 사람 몫이다. 게다가 기계가 일을 마치고 놀고 있는 것을 회사가 본다면 업무 목표를 높여 잡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계 덕분에 일을 덜 하기는커녕, 난이도 최상의 일만을 예전보다 더 많이 더 빨리 해야 하는 시대를 살게 될 것 같다. 아마도 교수도, 의사도, 변호사도, 업무의 분야만 다를 뿐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알던 직업의 규모, 내부 구조, 작동 메커니즘이 지금과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진다. 도대체 우리는 무얼 준비해야 하는가?


미지의 답을 찾아서


옛날 80년대 영화 중에 프레디터라는 것이 있었다. 무적의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적외선을 보는 괴물에게 속절없이 쫓기고 쫓기다 진흙탕에 굴러 떨어진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갑자기 괴물이 아놀드를 보지를 못한다. 진흙이 적외선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본 아놀드는 온몸에 진흙칠을 하고 나타나서 괴물을 무찌른다.


기운 센 천하장사 아놀드 슈와제네거도 진흙으로 몸을 가리기 전까지는 이 괴물을 대적할 방법이 없었다. 영화 Predator (1987)



기시감이 든다. 우리를 제거하려고 자본의 눈이 우리를 찾고 있다. 우리는 대체 어떻게 몸을 숨길 것인가.


진흙에 해당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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