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신 부모님을 걱정하는 불효자 아저씨-공자와 상담

불효자는 웁니다. 공자와 상담하다.

by 지식브로커

아프신 부모님, 불효자는 웁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네, 알았어요. 이번 주말에는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해요."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이 편찮으시다.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타오는 길이라고 하신다. 혈압, 당뇨, 고지혈증... 곧 무릎 수술을 하셔야 할지도 모른다. 평생 자녀를 위해 고생만 하시더니 이제 몸이 모두 고장 났나 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어렸을 때는 몰랐다. 부모님은 언제나 건강하고 그대로 계실 줄 알았다. 내가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 어렸을 때 부모님을 호강시켜 주겠다는 당당함은 어디 가고 쭈구리 같은 아저씨만 남았다. 같이 해외여행은커녕 남들 드리는 용돈 몇 푼 드리지도 못한다.


자식이라도 부모의 늙음을 막을 수는 없다. 근데 너무 빠르다. 은퇴 후에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우리 부모님. 그저 막막한 마음에 흐린 하늘만 바라본다. '괜찮다'는 부모님의 굳은 목소리 뒤에는 분명 꺾이지 않으려는 의지와 함께,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느껴진다. 괜스레 시큰한 눈과 함께 목울대가 뜨거워진다.



'기본당' 당대표 공자를 만나다.


퇴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지쳐 있고, 어깨는 축 처져 있다. 옆자리 직장인들의 피곤한 얼굴 위로 부모님의 희미한 웃음이 겹쳐 보인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왜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자책감과 무력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부모님의 나약함 앞에서, 자식으로서의 책임감과 현실적인 무력감, 미안함을 느낀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어머니와의 짧은 통화를 마친다. 어머니도 빨리 끊자고 하신다. 내 부담감과 미안함 때문일까, 지하철의 소음 때문일까. 에휴. 근데 문득 뒤에 서있던 남자가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아이쿠 깜짝이야. 아니, 이게 누구야. 공자 아냐? 잘 지냈어?"


대답 대신 씩 웃는 그는 내 대학 동기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깔끔한 정장 차림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예절, 기본 어쩌고 하더니 졸업하자마자 '기본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버렸다. 정당의 모토는 간단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정당은 대중적으로는 인기가 영 없었지만 꽤 마니아층이 있었고, 종종 정치인들과 유력인사의 컨설팅 역할을 한다고 했다. 서로 다른 인생이라 SNS에서만 봤었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야, 너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구먼. 부모님 어디 편찮으시냐?"

뜬금없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묘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나: 어, 공자? 너 여기서 뭐 해? 근데 어떻게 내 얼굴 보자마자 부모님 걱정인 줄 알았냐?


공자: 허허, 듣고 싶지 않았지만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더군. 옛 친구 목소리와 덩치는 금방 알아보지. 부모님이 어디 아프신가 보군.


나: 말도 마라. 무릎이 안 좋으셔서 수술하셔야 하고, 성인병은 많으시고. 두 분 다 연세가 있으신데 찾아뵙지도 못하고 그냥 미안한 마음뿐이다. 나도 승진도 탈락하고 아주 죽것어.


공자: 흠. 그랬구만. 부모님께 연락은 자주 해?


나: 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나.. 내가 먼저 할 때도 있고, 부모님이 하실 때도 있고..


공자: 후후 아마 부모님이 더 많이 하시겠지. 그냥 의무감에 한두 마디 주고받고 끊는 건 아니었겠지?


나: 역시 기본과 예절을 중시하는 공자구먼. 어떻게 알았냐. 뭐 잘 계시냐고 물어보고, 그냥 병원 갔다 왔냐고 물어보고... 한 3분, 길어야 5분?


공자: 그렇군. 대부분 아들들이 그렇지 뭐. 후후, 또 부모님을 위해서 뭘 해드리나?


나: 뭐... 생신이나 어버이날 때 용돈 드리고, 근데 이번에는 사정이 안 돼서 많이 못 드렸어.


공자: 용돈 조금 드린 게 그리 큰 문제야?


나: 용돈은... 그래도 기념일에 잘 챙겨드렸었는데, 이번 달은 사정이 안 돼서. 마음이 영 좋지 않아.


공자: 흠. 근데 생각해 봐. 부모님이 진짜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하시겠냐? 길게 얘기하고 싶겠어, 아니면 짧게 통화하고 싶을까?


나: 아무래도 짧은 것보다야 길게 얘기하고 싶으시겠지. 전화하면 내가 모르는 온갖 사람들 이야기를 다 하신다니까.


공자: 맞아. 단순히 안부 묻는 걸 넘어서, 네 삶의 사소한 이야기까지 궁금해하시지. 근데 왜 이렇게 전화를 짧게 하고 있어?


나: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서 그런가 보다.


공자: 흠, 짜식. 어머님이 너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실 것 같냐?

1번 우울하고 한숨 쉬는 아들.

2번 밝고 행복하면서 활기찬(色難) ⁵ 아들.


나: 아 당연히 2번이지.


공자: 맞아. 부모님이 제일 바라는 건, 돈보다 네가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거지. 그리고 밝고 힘찬 목소리(色難) ⁵ 여야겠지. 자네가 웃고 건강해야 부모님도 비로소 안심할 수 있는 법이야. 부모님이 너를 낳고 진짜 바라시는 게 뭐라고 생각하냐? 행복이나 건강보다 먼저 높은 지위나 돈이 있기를 바라시겠어?


나: 아니지. 먼저 아마 자녀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시겠지. 내가 내 아들에게 바라는 것처럼.


공자: 바로 그거다. 부모님은 남들과 비교해서 네가 잘난 놈이 되기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일단 효(孝) ¹ 는 부모님께 편안한 마음을 드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야. 부모님 앞에서 언제나 온화한 얼굴(色難) ⁵ 을 보여주는 것부터 해 봐.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부모님 앞에서는 근심 없는 표정을 짓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것 말이야.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 오히려 물질적인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공경의 시작이라네. 자네의 고통을 부모님께 전가하지 않는 것, 그것이 효의 첫걸음이지.


나: 근데 솔직히 걱정되고 짜증 날 때도 있는데... 제가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있을까? 내가 뭘 해드릴 수 없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공자: 늘 웃으라는 말이 아니야. 자네의 걱정과 고통을 부모님께 고스란히 전하지 말라는 것이지. 부모는 자식의 고통을 보면 더 아파하는 법이거든. 자네가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부모님께는 평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곧 큰 효가 될 수 있다는 말이야. 이것이 바로 극기복례(克己復禮) ⁴ 의 한 형태지. 자네의 마음이 평온해야 부모님도 비로소 평안을 얻을 수 있는 법이야.


나: 내가 감정을 다스려서 부모님께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효라... 맞는 말이긴 한데 잘 안 된다. 근데 멀리 떨어져 사는데 어떻게 마음을 헤아리고 온화한 얼굴을 보여드리지? 영상 통화라도 매일 할까?


공자: 자주 까먹으면, 알람이라도 맞춰 놔. 매일 업무는 캘린더에 적어놓으면서 어머니와의 통화는 생각날 때만 하냐 이 녀석아. 그리고 자주 부모님께 안부를 여쭙고(問安) ² ,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봐.


그 속에서 부모님의 진정한 필요와 감정을 읽어내려고 노력해야 해. 단순히 "괜찮으세요?" 하고 묻는 것을 넘어, "무슨 힘든 일은 없으세요?",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하고 진심으로 묻고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지. 한숨 섞인 말 대신, 부모님께서 자네의 안부 속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해.


나: 그래, 생각난 김에 아예 알람을 맞춰놓아야겠다. 결국 자주 연락드리고, 걱정 안 끼치게 제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효도라는 거지?


공자: 그래. 그런 작은 효를 실천하는 게 진짜 어른이 되고, 남을 배려하고 인정하는 것의 기본이 되는 거지(인(仁)) ⁶ . 자네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남을 배려하는 것. 그것이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는 길이지. 사람들이 부모님께 제대로 못하면서 세상을 바꾼다고 얘기하는 것 보면 우습더군. 뭣보다 자네가 스스로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 (수신(修身)) ⁷ 이 결국 부모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지 마. 자네가 자신의 삶을 소홀히 하면서 부모님을 돕겠다고 하는 것은 맹목적인 희생일 뿐이야.



나: 그렇군. 그런데 어머니 아프신 건 어떡하지? 자꾸 약봉지가 늘어나고 수술 날짜도 곧인데...


공자: 누구나 늙기 마련이지.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어. 부모님도 젊은 시절부터 겪어온 세월의 흔적이겠지. 중요한 건 그 늙음과 병듦을 어떻게 대하느냐야. 그분들도 자신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실 거야. 그럴 때 자네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면, 부모님은 자네 걱정에 더 아프실 거야.


나: 아니 근데 난 떨어져 있어서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병원에 모시고 다닐 수도 없고, 돈도 넉넉지 않고...


공자: 흠, 그 마음이야 당연하네. 하지만 진짜 어른(군자(君子)) ⁸ 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해야 할 바를 찾아야 하지. 우리도 이제 40이잖아. 오히려 그 힘듦 속에서 부모님께 보여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욱 값진 효가 될 수 있지. 자네가 힘들어 쓰러진다면, 부모님은 그보다 더 큰 슬픔을 겪을 거야.


나: 제가 잘 살고 마음을 표현해라. 좋은 말이긴 한데 부모님이 아프실 때 직접 가서 도와드리지 못하는 죄책감은? 밤마다 그 생각에 잠이 안 온다. 혹시나 요양원 들어가시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공자: 걱정과 죄책감은 자네의 마음을 좀먹는 독과 같지. 자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자네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역할(禮) ⁹ 에 충실하라는 말이야. 정 걱정이 된다면, 보험, 간병인 국가에서 하는 방문 요양 기관도 네가 직접 알아봐. 부모님이 알아서 하실 거라고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우리가 더 정보를 빨리 얻는 것, 알지?


이런 것도 네가 부모님과 진짜 통화를 자주 했을 때 알 수 있는 거야. 직접 돌보지 못하더라도, 앞서 말한 온화한 얼굴과 진심 어린 경청, 작은 도움들이 부모님께 가장 큰 위안이 될 거야. 중요한 것은 '마음'과 '실천'의 조화지. 실천 안 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지.


나: 흠.. 마음과 실천의 조화라. 생각해 보니 이제까지 그냥 기념일에 용돈만 드렸네.


공자: 그래, 일 년에 몇 번 용돈만 드리지마. 차라리 휴대폰 요금을 내드린다거나, 쿠팡 정기배송이라도 해봐. 가끔 과일이나 떡도 2-3만 원이면 충분히 보낼 수 있어. 중요한 건 꾸준하게 실천하는 거지. 부모님의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고마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야.


나: 작게 조금씩 도와드리는 것 좋은 생각인데? 당장 해보지 뭐. 근데 내가 혹시 부모님께 "힘들어요"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 힘들어서 가끔은 부모님께 기대고 싶을 때도 있는데…


공자: 흠, 어려운 질문이군. 정명(正名) ¹⁰ 이 중요해. 자식은 자식의 도리가 있고, 부모는 부모의 도리가 있는 법이지. 자네의 힘듦을 부모님께 고스란히 털어놓는 것은 자칫 부모님께 더 큰 짐을 안겨줄 수 있어. 자네의 역할이 부모님을 위로하는 것이라면, 그 역할을 먼저 다해야 해. 다만, 진정으로 대화가 필요하다면, 자네의 힘듦을 토로하기보다, 부모님의 힘듦을 먼저 헤아리고 그 속에서 서로 의지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지. 부모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효의 근본 ¹¹ 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


나: 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제가 무조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을 잘 돌보면서 부모님께 마음을 다해야 한다는 거군.


공자: 그래, 주저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실천해봐. 말로만 하는 효는 의미가 없어.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행하며, 부모님께 자네의 진심을 보여주게. 그리고 기억하게. 효는 단순히 의무가 아니라, 자네의 인격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해.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자네 스스로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지. 부모님의 늙음과 병듦을 통해 자네는 삶의 유한함을 배우고,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될 기회를 얻을 거야.


그는 빙긋 웃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번호가 바뀌었으니까 언제든 연락해!"라고 얘기하면서 다다음역에서 내렸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음속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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