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리더에게 한비자가 조언해주다.
"하...나..., 진짜 답 없네. 엉망이야. 내가 다시 써야겠네. 결국." 오늘도 야근이다. 팀원에게 품의서 하나 제대로 올리랬더니 오타에 논리도 안 맞는다. 결국 내가 수정하느라 오늘도 야근이다. 6시가 되자 에어팟 끼고 쌩하니 가버린 저 녀석.. 답답하다.
팀장 2년 차다. 근데 팀원들 맘에 드는 녀석이 별로 없다. 내가 꼰대인가? 일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근태는 좀 잘 지켜줘야 할 거 아냐. 꼭 5분, 10분씩 늦는 녀석, 갑자기 당일날 아침에 몸이 안 좋아서 휴가 낸다는 녀석. 딱 봐도 어제 술 마셨군. 이것도 한두 번이면 모를까 비일비재하다. 또 지가 뭐라고 11시 반에 약속 있다고 점심 먹으러 나가? 하, 칼같이 퇴근하고는... 그나저나 저 직원은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옆에 가보면 단톡 창이 수십 개야. 뭐 하나 보면 하루 종일 단톡이나 대화만 하고 있어. 그리고 고놈의 쇼핑몰이랑 화장품은 참 열심히도 본다. 내가 너무 풀어주면서 편하게 했나?
이러니 업무가 되겠어? 뭐라 한마디만 하면 입이 삐죽 나와서... 마음을 다잡고 감정 빼고 피드백도 해봤지. 근데 결과물은 똑같아. 위임? 피드백? 하. 이것도 어디 대기업에서 먹히는 말이지. 중소기업에서는 애초에 인재가 없는데 백날 피드백해 봤자 뭐 하냐고. 초등학생한테 대학생처럼 축구를 가르치면 뭐 하냐고! 진짜 미국처럼 유 파이어드! 하고 싶다. 물론 한 소리했다고 그만둔다는 애들은 차라리 양반이야. 일도 못 하고 게으르면서 이직도 못 하면서 붙어있는 인간들이 문제지. 결국 잘하는 놈만 이뻐할 수밖에 없다니까. 내일 열심히 하는 김 대리랑 점심이나 먹어야겠다. 근데 나도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 아휴.
팀장들은 청렴 교육도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어제 야근으로 하품이 나오지만 늦어서 어쩔 수 없이 텅 비어 있는 맨 앞줄에 자리 잡는다. 판사 출신의 유명한 변호사가 와서 청렴, 윤리를 설명하는데 영 딱딱해서 졸음만 나온다. 더구나 이 변호사는 말을 살짝 더듬어서 답답하다. '나름 유명하다는데 말을 잘 못하네' 강의가 지루하다고 느꼈는지. 변호사가 얘기를 꺼낸다.
한비자: 자, 여러분. 다 팀장이나 임원들이시죠? 청렴 교육은 이쯤 하고 리더십 얘기나 해봅시다. 아래 직원들이 자기 마음같이 일을 정말 잘한다, 우리 팀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보시죠.
아무도 손을 들지 못한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한비자: 다들 팀원들이 맘에 안 드시나 보군요. 왜 그럴까요?
앞에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어제의 분노가 떠올라 용기가 생긴다.
나: 그야 원래 사람을 처음부터 잘못 뽑은 거죠. 채용 프로세스가 문제입니다.
한비자: 그런가요? 그럼 박 팀장님 팀은 무슨 문제가 있으신 거죠?
나: 일단 요새 MZ가 문제가 아니에요. MZ건 X세대건 일만 잘하면 장땡입니다. 일을 못 하는 게 제일 큰 문제죠. 하나씩 봐줘야 하고, 근태도 심각합니다. 5분, 10분 지각에 점심은 30분 먼저 나가고, 퇴근은 칼이에요. 업무 시간에 보면 딴짓하고 앉아있습니다.
팀장이 우스운 건지, 뭐라 한마디 하면 그만둔다고 하질 않나 갑자기 연차를 확 쓰질 않나. 여직원들은 울어버리니 무서워서 말도 못 해요.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이거 진짜 족쇄예요. 나 때는, 나 때는 얘기는 안 하고 싶어도 이거 진짜 답답합니다.
옆에 있던 팀장들이 폭풍 공감을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한비자: 흠. 박 팀장님. 팀장님 팀은 혹시 시스템과 명확한 규칙¹이 있으신가요?
나: 당연히 회사 전체적으로 있죠. 그리고 저희 팀에도 출근 시간, 휴가 신청 방식, 업무 분장표까지 다 정해놨습니다. 연차도 보고서로 처리하게 해 놨고요.
한비자: 그럼 3분, 5분 지각하는 사람은 그냥 놔두시는 건가요? 점심시간은 12시부터인데 왜 11시 반부터 나가는 건가요?
나: 아.. 그게. 3분, 5분은 좀 정이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점심시간이 밀리다 보니 저희도 10분 정도 일찍 나가기도 합니다. 근데 도가 좀 지나치잖아요.
한비자: 자, 지금 들어보니 규칙은 있는데 지켜지지 않는 거네요. 팀장님 포함해서요. 규칙은 파일에만 있군요. 중요한 건 규칙이 살아있어야¹ 합니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면 사람은 이익 쪽으로 움직이게 돼요.8 리더의 역할은, 규칙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거예요.
나: 그럼 그때그때 벌을 줘야 하나요? 솔직히 그럼 저만 나쁜 사람 돼요. 애들 다 저 피하고요.
한비자: 박 팀장님, 무섭게 굴라는 게 아닙니다. 지나친 선량함은 리더의 무능입니다. 제 말은 명확하게 일관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누군가는 지각했는데 그냥 넘어가고, 또 누군가는 점심시간에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걸 허용한다면 다른 팀원들이 혼란스러워지죠. 그게 바로 팀이 무너지는 시작이에요.
나: 흠..근데 이렇게 바로 시행한다면 반발할 텐데요.
한비자: 그래서 팀장님의 세심한 리더의 지략²이 필요한 거죠. 그냥 무작정 내일부터 지각하면 경위서 써!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규칙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서 근태를 어기는 팀원을 자세히 살피고,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고 잘 지켜봐야³ 해요. 그리고 규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할지 고민해보세요. 아예 팀장님이 개입하지 않도록 자동 출퇴근 기록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점심시간도 일찍 나가는 게 거슬린다면, 팀장님부터 지키시고 직설적으로 얘기해주세요.
나: 그런데도 안 지킨다면요?
한비자: 몇 차례 개인적으로 경고를 주고 반복된다면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다른 규칙을 어기지 않은 팀원들도 공정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팀장님의 권위('자리에서 나오는 힘')⁴도 그때야 바로 서는 겁니다. 이게 무너지면 팀원들이 팀장을 무시합니다.
나: 하..근태는 그렇고 그나저나 일 못하는, 아니 안 하려고 하는 팀원들은 어떡하죠?
한비자: 먼저 한 가지만 기억하죠. 업무 규칙을 반드시 뚜렷하게 세워야¹ 합니다. 바로 성과에 따른 확실한 보상과 처벌⁵의 원칙을 확고히 하는 겁니다. 잘한 자에게는 인사평가든 보너스든 밀어주고, 잘못한 자는 결과를 깨닫게 하는 거죠. 이게 기본입니다.
나: 그런데 이 규칙만으로는 할 수 없잖아요. 제가 인사평가는 하지만, 일단은 평상시에 일이 돌아가야 할 것 아닙니까.
한비자: 맞습니다. 리더는 '성과'에 집중하되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이거 언제 돼?”만 묻는 게 아니라, 어떤 조건일 때 이 사람이 제일 잘 일하는 가를 먼저 파악해야 하죠. 혹시 피드백을 해봤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해보셨어요?
나: 사실 팀장 되고 1번씩 면담 정도만 하고.. 뭐 나머지는 팀 회의 때 여러 번 해봤어요. 사실 저도 바빠서 팀원들은 일 맡기고 신경을 잘 못 썼네요.
한비자: 일단 자세히 살피고(察其情), 무슨 얘기하는지 잘 듣고(間聽), 지켜보며(窺伺)**³ 피드백을 더 자주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팀원들의 진짜 속마음, 동기, 하고 싶은 일, 업무에 대한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팀원은 개인별로 다 다릅니다. 각자의 본성과 행동 패턴을 파악해야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어요. 데이터로도 꼼꼼히 정리하시고요. 이건 팀원에게 공유하지 마시고 팀장님만 생각하고 계획하셔야² 합니다.
나: 흠, 일도 바쁜데 팀원들 개인 성향이나 업무 스타일까지 생각하며 전략을 세워야 하나요.
한비자: 그럼요. 그래서 리더입니다. 분명한 업무 지시와 기대, 지속적인 피드백, 결과에 따른 책임⁶을 명확히 주지 시켜 주세요. 안 좋은 리더는 '알아서 하겠지'라는 업무 지시, NO 피드백, 잘해도 그만 못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팀장님도 겪어 보셨죠?
나: 맞아요. 예전에 그런 팀장 만났는데 최악이었죠. 잘해도 뭐 좋은 것도 없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일이 한없이 늘어졌죠. 근데 잘한 사람은 어떻게 하죠? 사실 뭐 가끔 따로 밥을 사주기는 하는데.
한비자: 인사 평가는 나중이죠. 지금은 칭찬과 인정⁵입니다.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한 일과 결과를 가시화해 주세요. “이번 프로젝트 기획안, 최 프로가 구조를 잘 잡아줬기에 클라이언트 피드백이 빨랐습니다.”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팀원은 내가 어디에서 기여했는지를 명확히 알게 됩니다. 칭찬도 전략적이어야 하고, 감정을 빼야 합니다.
아, 따로 점심을 사주신다고 해서 말씀드리자면. 팀원들과는 너무 친밀하게 지내지는 마세요.
나: 엥, 왜요? 그래야 더 관계가 돈독해지고 일하기 편해지는데요. 요즘엔 수평적인 리더십, 친구 같은 팀장이 대세라던데요? 너무 벽을 치면 팀원들이 저를 어려워하고, 솔직한 이야기도 안 할 것 같아요.
한비자: 아무래도 팀원들이 팀장님을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팀장이라는 권위('자리에서 나오는 힘')를 잊어버린 것 같네요.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아까 정한 규칙, 업무 피드백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셔야 하고, 특히 팀장님의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아야² 해요. 회사에 대한 생각, 다른 팀원들에 대한 불평, 불안감 등이요. 팀장과 친구가 되면 공과 사가 무너집니다. 일을 줄 때, 부탁을 하면서 쩔쩔매는 팀장이 되고 싶지 않으시죠?
나: 맞아요. 근데 선을 잡기 어렵네요. 성격이랑도 잘 안 맞는 것 같고..
한비자: '그냥 좋은 사람'은 존경받지 못합니다. 리더는 최소한 ‘저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인식('자리에서 나오는 힘')⁴을 줘야 해요. 팀원들 비위 맞추고 형 동생 하면 팀장으로서 지위는 없어집니다. 팀원들은 박 팀장님 개인이 아니라 권한과 시스템³을 따르게 만들어야죠. 감정은 변덕스럽지만, 시스템은 꾸준하거든요. 오히려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주고 성과에 따른 보상과 처벌을 병행하면 자연스레 팀장님을 어려워하게 될 겁니다.
나: 흠.. 그래서 그때 김 대리가 자기한테는 왜 이런 업무만 주냐는 표정이었네요. 제가 정 과장이랑 친하니까 자기한테 이상한 업무 준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구요.
한비자: 맞아요. 팀원과 격의 없이 지내면 업무를 줄 때 의도를 오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같이 회사를 욕하면 친해졌다 느끼겠지만 나중에는 업무가 전반적으로 아예 저하되죠. 팀장은 단단해야 하고, 사적으로 흐트러지거나 감정 표출을 자제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팀장님은 팀장님의 지위('자리에서 나오는 힘')가 명확해집니다. 이런 팀의 규칙, 리더십 기술, 지시와 이행을 명확히 하는 시스템⁷을 만들면 잔소리할 필요가 없지요.
나: 하, 근데 좀 삭막해질 것 같네요. 이걸 지금 당장 도입하자니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고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비자: 삭막해지는 게 아니라, 팀장님이 진짜 단단해진다고 생각하세요. 이건 시스템을 만드는 건 하루 이틀에 되지는 않습니다. 차근차근 작은 규칙을 세우고¹ 만들어나가세요. 팀원들을 면밀히 관찰한 후에 분명한 업무¹를 주고, 칭찬과 질책을 병행⁵하세요. 최대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는 연습²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루아침에는 바뀌지 않아도, 뭔가 '우리 팀장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는 걸 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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