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그 이면의 설계도

새로운 세계화의 민낯

by 끄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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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na.co.kr/view/AKR20250531010751071?input=1195m


2025년 5월 31일, 트럼프 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조건부 승인 내릴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보호무역의 상징인 철강기업을 동맹국 일본에 넘긴 파격적인 조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구체적 설계가 숨어 있다. 자본은 일본이 댔지만, 실질적 경영권과 전략적 통제는 미국이 쥐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와 동시에 발표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강화 정책은 겉으론 상관없어 보이지만, 미국이 어떻게 자국 산업을 통제하면서도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은 단순한 M&A 뉴스를 넘어선다. 미국이 이제 '선별적 세계화(selective globalization)'에서 본격적인 '지역화(regionalization)'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또는 우방 중심으로 재편하는 흐름은 1기 트럼프 정부부터 바이든 정부까지 뚜렷하게 나타났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더욱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일시적인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민주당과 공화당을 아우르는 초당적인 미국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은 투자했고, 미국은 장악했다


이번 인수 승인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일본제철이 얻는 이익과 손해의 균형이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경영권을 온전히 가져가지 못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미국 내 철강 공급망 참여,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 입지 확보, 미-일 관계에서 외교적 레버리지 확대 등 일본이 얻는 실익 또한 결코 작지 않다.


구체적인 일본의 전략적 의도는 다음 2가지로 보인다.

첫째, 미국 시장 내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중국의 철강 덤핑, 유럽의 산업재편, 자국 내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 위축까지, 일본 철강 산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미국 시장이라는 '안정적 출구'를 확보하는 건, 일본 입장에선 생존과 직결된 전략으로 판단된다.


둘째,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전략에 부응하며 외교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계산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 일본은 이상적인 파트너다. 중국처럼 위험하지 않고, 정치적·경제적으로도 미국에 우호적이며 관리 가능한 동맹국인 것이다. 전기차, 방위산업, 인프라용 강재 등 앞으로 계속해서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일본 자본이 미국 내 철강 인프라를 개선해준다면, 미국은 정부 재정 투입 없이도 자국 산업기반을 복원할 수 있다. 일본은 이를 통해 미국과의 경제적 동맹을 강화하고, 미중 경쟁 국면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와 인수의 이중주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같은 날 발표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강화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일본제철에 인수를 허용함과 동시에, 미국 내 철강산업 보호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국내 여론을 달래고 글로벌 전략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즉 일본 자본을 끌어들여 산업기반은 유지하되, 동시에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미국 내 제조업 기반 노동자 및 철강 노조 등 국내 지지층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이 자주 구사하는 수법이기도 하다. 테크기업이든 제조업이든, 미국은 더 이상 무작정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 특히 전략산업의 경우, 외자 유치는 허용하되 핵심 통제권은 결코 넘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해외 자본 유입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미리 방지하는 절묘한 균형 잡기가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외국자본 유입을 통해 미국 기업 기반을 강화하되, 동시에 자국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양면 전략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 패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일련의 구상이 있다.




MAGA는 현재 진행형 : 미국 중심 재편 전략


트럼프의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은 이제 단순한 캠페인 구호가 아니라 현실의 정책이 되었다. 미국은 세계화의 중심축으로서 글로벌 질서를 주도하던 국가에서, 이제는 자국 중심 질서를 재건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그 방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산업의 지역화: 철강,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전략산업을 미국과 우방 내에 재배치하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조성

2. 자본의 선별적 유치: 일본제철-미국 인수 처럼, 우방국이 자금을 대고 미국은 설계만 하는 구조. 즉, 외국자본은 유치하되, 경영권 통제는 국내(미국) 중심으로 하는 방식

3. 디지털 금융패권 강화: 달러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확산을 통해 글로벌 결제 및 거래 인프라를 미 정부 영향 아래 두려는 시도. 이는 SWIFT보다 빠르고 직접적인 금융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

4. 군사동맹의 고도화: NATO와 인도-태평양 동맹을 통한 군사적 패권 재확인




세계화의 퇴장, 지역화의 개막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정책이 아니다. 1945년 이후 형성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가 수십 년 간 지속되었듯이, 지금 미국 주도의 지역화 흐름 역시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글로벌화보다 블록화를 중심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글로벌화의 균열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 기점을 학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러다 표면상으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지점은 오바마 행정부 말기, 시진핑이 중국 굴기를 구호선전으로 외치기 시작할 때일 것이다. 이후 트럼프 1기에서 본격적인 보호무역주의의 시작을 알렸고, 바이든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그런 언급이 없었지만, ESG, 반도체 지원법안, IRA 법안 등을 통해 '자국 중심 공급망'을 고착화 시켰다. 그리고 올해 2025년, 트럼프가 재선하고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하면서 이제는 대부분 지식인과 투자자들은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제 안보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세계화를 과거형으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가 단일 공급망으로 통합된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 대신 블록별로 끊어진,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견고하게 결속된 새로운 경제 질서가 오고 있다.


이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만의 블록을 세운다. 그 안에서 규칙을 만들고 기준을 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 안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우리의 조건을 따르라."


이 전략은 민주당·공화당을 가리지 않는 초당적 흐름이다. 쉽게 말해, 단기 정책이 아니라 장기 전략이다. 이런 시스템 전환은 일시적이지 않다. 전통적으로 하나의 질서가 바뀌면 30년~50년간 이어진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이다.


US스틸 인수 사례는 그 서막일 뿐이다. 금융, 에너지, 기술,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를 읽지 못한 국가는 뒤처질 것이며, 이를 준비한 국가와 개인은 새로운 기회를 가질 것이다.


미국은 패권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이제 그 패권은 "전 세계를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식의 이상주의가 아니라, "우리의 영향권 안에서만 너희를 받아들이겠다"는 실용주의, 고립주의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는 다시 쪼개지고 있다.

질문은 이제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그리고 어떤 논리와 전략으로 이 시대를 견딜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우리는 결국 흐름에 휩쓸려 갈 뿐이다.

선택은 우리가 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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