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답이 아닌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080705i
2025년 6월, 중국의 대학입시 '가오카오' 응시자 수가 전년보다 7만 명 줄었다. 단순한 출산율 감소 이상의 흐름이다. 명문대 진학이 더 이상 안정된 삶으로 가는 정답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처럼 AI 산업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나라에서, 이 변화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시기, Mary Meeker 팀이 발표한 『AI Trends 2025』 보고서는 AI가 고용, 산업, 소비자 행동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이번에는 두 개의 각기 다른 글의 흐름을 연결하여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디코딩해보려 한다.
중국 10대들이 감지한 시대의 균열
중국 청년 실업률은 15.8%, 전국 평균인 5.1%의 세 배 이상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이 없다. 취업의 안정성은 사라졌고, 월급은 정체돼 있으며,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중국 청년들이 "더 이상 대학이 답이 아니다"라고 느끼기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더 깊은 본질이 숨겨져 있다. 단순한 취업 불안이 아니라 '인간이 하는 일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중국은 정부가 주도해 AI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알리바바·바이두·화웨이 등이 자체 AI 모델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조차 AI 앱을 활용해 과제를 해결하고, 졸업 후엔 AI 비서가 상시로 업무를 돕는다.
이런 배경에서 "대학보다는 도구, 기술, 활용 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들은 아마 무의식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나는 어떤 기술을 다루며, 어떤 도구로 일할 것인가?"
AI는 무엇을 바꾸고 있나
Mary Meeker의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이제 '신기술'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다. 구체적 데이터만 봐도 변화의 스케일이 보인다. 그 중 몇 가지 인상 깊은 부분만 발췌해 보았다.
첫 번째, ChatGPT 사용자 수는 주간 8억 명을 돌파했다. 2023년에 1억명이던 주간 사용자가 2년 만에 8배 증가한 것이다.
두 번째, AI직업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고용시장에서 AI 직군에 대한 수요는 448%p 증가한 반면, 비 AI 직군은 9%p 감소하여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세 번째, AI를 활용한 업무처리 효율 향상성 부분이다. 문서 작성 시간의 경우는 평균 90%를 단축시켰고, 코딩의 경우 Copilot 사용 시 생산성이 55%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또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진 상담 분야에서도 ai의 능력이 입증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도입된 고객센터 팀이 14% 더 빠르고 13% 더 정확하다고 한다.
AI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더 정확하게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문장 작성, 판단, 설계, 협상 같은 고차원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이것은 곧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사회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을 의미한다. 즉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지식을 연결하고 응용하며 적절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대인 것이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시대, 정말일까?
그러나 여기엔 중요한 맹점도 있다. AI가 만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술 격차에 따른 불평등, 감정적 박탈감, 판단력 상실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이 상태로 우리 사회가 그저 흘러가게 되면 결국 상위 10%의 사람만 고급 AI 툴을 제대로 활용할 것이고, 나머지는 피동적으로 소비만 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 불균형, 개인 간 기술 초격차인 것이다.
두 번째는 관계 단절이다. 인간 고유의 감정, 공감능력은 AI가 그럴듯하게 흉내 낼 수 있지만 완전하지 못하다. 오히려 디지털 고립과 공허함을 심화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판단 능력의 상실이다. 모든 것을 AI에게 묻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되는 '기계 의존형 인간'이 될 수 있다.
즉,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삼아 확장하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한국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중국은 AI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해가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더 취약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AI에 적응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겹쳐져 있다.
먼저 초저출산율이 최대 걸림돌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인구구조 붕괴를 의미한다. 즉 앞으로 일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기업에 입장에선 물건을 소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국가 입장에선 국방, 안보위기뿐만 아니라 국가유지에 필요한 세금을 당장 거둬들일 사람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국가존립과도 연결되는 것이며, 개인은 감당하기 힘든 빚을 처음부터 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AI 관련 첨단 산업의 발전 부재다. 우리의 핵심 산업은 반도체, 조선, 방산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강점이며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는 커녕 생산능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조선업은 아직까진 경쟁력이 있다고 하지만 점차 부족해지는 고급인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의 격차가 중국에 많이 따라 잡힌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산업인 AI, 로봇, 우주산업은 한참 후발 주자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AI시대와는 결이 다른 현재 공교육의 방향성을 들 수 있다. AI시대에선 창의성·융합적 사고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대부분의 지식은 AI가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걸 검증하고 응용해야 하는 데,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입시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이다. 이외에 현재 고부채 구조도 문제다. 가계·정부 모두 부채 부담이 커서 혁신에 대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에서는 AI 시대가 기회가 아니라 불평등의 가속 장치가 될 것이다. 준비된 개인과 준비되지 못한 개인 사이의 격차는, 특히 한국처럼 취약한 구조에선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이제는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보다 '어떤 도구를 쓰고, 어떤 관계를 만들며, 어떤 콘텐츠를 쌓아왔는가'가 중요해지는 시대다. 기존의 노동력과 사고방식만으로는 살아가기 벅찬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AI 협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 AI도구를 적극적으로 익히고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언어를 익혀야 한다. 프롬프트 작성 방법은 기본 중에 기본이 될 것이다. 단순 사용자가 아니라 AI와 나의 직무를 연결해 창의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여러 AI 툴을 조합해서 쓰는 능력도 필요할지 모른다.
두 번째, 콘텐츠 자산의 축적이다. AI는 정보를 생산하지만, '사람이 만든 이야기'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브랜드가 되어 AI와는 다른 신뢰와 감정을 만든다. 내가 무엇을 말하는 사람인지 드러내는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 등을 통해 나의 감정과 경험과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는 훈련을 하면 좋을 것이다.
세 번째,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찾아 기르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판단, 공감력과 창의성은 아직까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패턴을 찾아 확률적 분석만을 하는 존재지만, 사람은 다르다. 전혀 확률이 없어 보이는 생각을 연결 짓기도 하고, 창조하기도 하며, 분위기와 사람만이 풍기는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또한 관계에 있어 신뢰를 쌓는 능력, 소통 능력, 비언어적 신호 해석능력 등은 AI시대에서도 오래 남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시대는 이미 달라졌다
중국의 10대들은 '가오카오 포기'라는 방식으로 시대의 변화를 직감적으로 표현했다. 그들에게 더 이상 '명문대'는 삶의 해답이 아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머지않아 한국, 일본,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 시대, 당신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것인가?"
당신의 말, 당신의 관계, 당신의 도구, 당신의 시선이 바로 그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