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가 아니다"라는 말장난

‘총부담 상향’의 정직하지 못한 정책

by 끄덕이다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5/08/05/OSG5ZW5MCJHFZDR44XU6T2AJ3Q/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 공식은 세율 × 과세표준이고, 과세표준은 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세율을 그대로 두고 공시가격(현실화율)을 올리거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면 세부담은 자동으로 증가한다. 이름이 무엇이든 영수증(고지서)에 찍히는 숫자가 늘면 그게 바로 증세 효과다.

현재 정부는 2026년 주택 공시가격을 시가에 더 가깝게 조정(현실화율 상향 검토)하는 방향을 공식 보도에 흘리고 있다. 조선비즈·조선일보 등 복수 매체에서 '2026년 현실화율 상향 검토'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윤석열 정부 시절 동결된 현실화율은 아파트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였다.

한편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키우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올리는 방안이 여러 매체에서 '검토 중'으로 보도됐다. 다만, 정부가 60% 유지를 시사했다는 상반된 보도도 존재한다. 문제는 확정 단계는 아님에도 상향 시그널이 시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규범·세제 신호가 흔들리면, 가계·기업은 향후 몇 년의 세후 현금흐름과 자본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가계는 보유세와 대출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주택 매수·전세 재계약을 미루고, 기업은 법인세·거래세·노사 규범의 불확실성으로 설비투자·채용을 보류한다. 결국 '기다릴 유인'이 커지며, 소비·투자가 동시에 식고 비용 전가(가격·전월세 인상) 압력이 높아진다.

지난 7월, 정부에선 전국민대상으로 소비쿠폰이 지급되었다. 그러면서 곧이어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상(0.15%→0.20%), 법인세 전 구간 1%p 인상(최고 25%),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10억원 환원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앞에서 뿌리고 뒤에서 걷는 전형적인 "선심 후 증세"의 표본이다.

문제는 정치적 포장이다. 소비쿠폰은 "민생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재정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선 일회성 이전일 뿐이다. 이후 등장한 거래세·법인세 인상은 투자와 자본비용을 건드린다. 세수 정상화의 필요성을 말하려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증세'라고 말하고 지출 구조조정과 세제 로드맵을 함께 제시했어야 했다. 지금처럼 포퓰리즘적 배분과 동시에 총부담 상향의 조합은 정치적 비용을 최소화할 순 있어도, 정책에 대한 신뢰는 큰 비용을 치르게 하는 꼴이다.


https://news.nate.com/view/20250805n21755

https://www.invest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8/05/2025080580194.html


한쪽에선 기업가치·경쟁력 TF를 말하고, 다른 쪽에선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처리가 임시국회에서 거론된다. 너무나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하청관계에서의 책임 범위 확대, 손배 제한 강화 등은 노사 법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동시에 법인세·거래세 인상까지 겹치면 투자와 고용에 미칠 총효과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정책 신호의 일관성이 사라지면, 국내에 남아있는 해외자본은 빠져나갈 것이 자명하고, 국내기업들도 각자의 살 길을 도모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세율은 그대로라 증세가 아니다"라는 프레이밍을 즐겨 쓴다. 그러나 납세자가 마주하는 것은 고지서에 찍힌 총액이다. 공시가격 상향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증권거래세·법인세 인상이 맞물리면, 가계와 기업의 현금흐름은 동시에 압박받는다. 그 영향은 소비와 투자, 임대료(전·월세 전가 가능성)로 확장된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다'라는 말장난을 멈추고, '총부담이 얼마 늘어나는지'를 솔직히 밝히는 게 출발선이다.

정직하지 않은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 소비쿠폰과 부채탕감으로 선물을 주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공시가격·거래세·법인세 등으로 국민들의 지갑을 건드리는 방식은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다. 증세면 증세라고 말하라. 그리고 왜 필요한지, 어느 기간에 얼마를, 무엇과 맞바꿀지 숫자로 설명하라. 그게 신뢰와 지속가능성의 유일한 경로다. 지금은 그 기본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