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를 보고도 쓰나미라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4대 축이 붕괴하는 시대, 개인의 생존법은 어디에 있는걸까

by 끄덕이다

지난 7월 31일,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 협상을 두고 일각에선 “잘한 협상이다” “실속 없는 합의였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비공개 상태고, 대한민국 정부의 브리핑과 트럼프 대통령 및 베센트 장관의 SNS 게시글에서 힌트를 추측할 뿐이다.

일본과 EU간의 관세협상 결과를 비교하며 외형적으로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아보인다는 의견도 많다.

필자는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거시경제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지표 중 하나인 환율을 살펴봤을 땐, 한국에게 유리한 협상이었는지는 의문점이 든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본질은 관세가 아니다.

관세는 어디까지나 단기적 변수일 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되지 못한다.

진짜 문제는 국가를 떠받치는 네 개의 구조적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전 글에서 이 네 가지 축을 인구, 산업, 세금, 복지라고 썼다.

그리고 앞선 글에서 세금과 복지를 다뤘다면, 이번 글은 인구와 산업구조의 균열을 짚고자 한다.


한국의 인구문제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출산율은 0.7~0.8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고 있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노인 인구는 이미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극단적인 비율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외국 언론과 유튜버뿐만 아니라 어찌보면 우리와 상관 없다고 할 수 있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조차 한국의 출산율을 심각한 리스크로 언급할 정도다.


인구구조의 문제는 하루 이틀 언급한 부분이 아니었다.

2017년 당시에도 이미 학계와 언론에서는 인구절벽에 대한 경고음을 정부와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보냈지만, 대응은 미흡했고 대중은 공감하지 못했다.

정부에선 단지 아동수당을 늘리고 출산장려금을 뿌리는 선에서 멈췄고, 우리는 젊은 세대가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해석을 구하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지금에 이르게 된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인구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고갈되어가는 인구 수만큼이나 국가의 동력 또한 사라진다는 점에 있다.

인구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경제성장과 세수, 복지 유지의 가장 근본적인 동력이다.

특히 생산연령층은 소비와 생산 모두를 이끄는 경제의 핏줄 같은 존재다.

이들이 희망을 잃어버리고 미래를 상상할 수 없게 되면, 경제는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즉 경제를 원활히 돌게 하려면 생산연령층, 그 중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우리 사회가 주어야 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려면 성실히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는 신뢰 있는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탄탄한 산업기반에서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녹녹치 않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1367733


최근 기사들은 한 가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다."

위 기사에 나왔듯이 현재 구직자 1명당 일자리 0.39개라는 통계는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관세 효과가 반영되기도 전의 수치라는 점에서 현재의 산업기반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11280043

https://youtu.be/fvJV8TGT7fs?si=w0RNCyHESnHv458O


위 2개의 뉴스 역시 한-미 관세의 실제 적용과 효과가 발현되기 전에 나왔다.

선제적으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에 속속들이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철강뿐만 아니라 굴지의 자동차, 반도체 회사 역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국내 이탈 움직임은 결국 한국에 소재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감이 줄어드니 매출은 성장할 수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다수 중소기업체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게 되니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경기의 활력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25%, 수출의 90% 이상이다.

OECD 평균보다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 산업기반의 이탈이 곧 고용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를 이끌거나 앞으로 유망해보이는 산업은 다양하다.

당장 생각나는 분야만 해도 자동차, 철강, 반도체, 조선, 방산, 의료미용, 엔터테이먼트 등 여러 분야가 있어 보인다.

다만 국가경제를 지탱할 만큼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가진 분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면 미래 핵심산업을 잘 선정해서 키워야 하는데, 이미 세계적인 방향성은 정해졌다.

바로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자산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 전환과 제도 설계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

첨단 산업 또는 첨단 제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이해관계는 얽혀 있고 공공영역의 보신주의는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https://www.munhwa.com/article/11521980?ref=naver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1053


그 상징적 사례가 디지털 자산 시장이다.

위 2개의 기사는 우리나라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사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이미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실물자산 거래를 실현하고 있으며, 두바이·홍콩 등은 디지털 금융 중심지를 자처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여전히 디지털 자산을 외환 거래로 규정하며 옥죄려 하고 있다.

표면상 이유는 '통화 주권'이지만, 실상은 기득권적 금융질서와 화폐 발권력을 놓기 싫은 행정의 관성이다.

정부는 "만약 실패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묻지만, 정작 "이대로 주저앉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이 회피적 태도는 대한민국의 산업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없어지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이나 지정학적 재앙이 발생하지 않는 한, 국가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

기술은 축적되었고, 일정 수준의 시스템은 유지될 것이다.

사실 노동의 문제도 20~30년 이후면 AI와 로봇이 많은 부분을 대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앞으로도 존속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개인이다.

국가는 버틸지 몰라도, 각자의 삶은 훨씬 더 취약하게 흔들릴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고, 성실히 세금을 내도 돌려받는 복지는 제한적이며, 변화에 적응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개인들은 고립감과 무기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 더 이상 "정치가 바뀌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인 스스로 전략을 짜야 한다. 그 전략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첫번째, 기축 : 나만의 기준을 세워라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직업이든, 투자든, 인간관계든, 무엇이 나에게 가치를 주는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타인의 기준, 사회의 기준에 휘둘려 자신을 잃게 된다.

결국 자기 삶의 중심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직업적 전문성일 수도 있고, 장기적 투자 포트폴리오일 수도 있으며, 의미 있는 인간관계일 수도 있다.

핵심은 '내가 왜 이 길을 가는가'에 대한 철저한 자기 기준의 설정이다.


둘째, 분산 : 모든 걸 하나에 걸지 마라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생존하려면 일정 부분 분산해야 한다.

한 개의 직장, 하나의 화폐, 정체성 하나에 모든 생존을 걸면 큰 충격에 쉽게 무너진다.

이제는 소득의 다변화, 투자의 다변화, 심지어 삶의 정체성 분산까지 고민해야 할 시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하나의 소속에만 삶을 걸기보다, 필요하다면 해외 거주, 외화 자산, 글로벌 일거리 등을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셋째, 학습: 질문하고 연결하라

지금은 AI가 학습하고 인간은 망각하는 시대다.

그렇기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질문과 연결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기술은 빠르게 바뀌고, 플랫폼은 진화를 거듭한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AI는 빠르게 배우고 따라하지만, 인간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할 수 있는 존재다.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단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구조적 관점과 철학적 사고, 판단력, 그리고 심리적 회복 탄력성이 요구된다.


결국, 우리는 적응하되 순응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의 느리고 무거운 기차를 타고 있다.

기차는 쉽게 멈추지 않겠지만, 그 안에서 무기력하게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방향을 정하고, 리듬을 조절하며, 때로는 뛰어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이 흔들릴지언정, 각자의 삶이 무너질 이유는 없다.


우리는 시스템을 바꿀 수 없지만, 나 자신은 설계할 수 있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고, 동시에 책임이다.


시스템을 욕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을 꿰뚫어보고, 예측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흐름에 맞춰 자신만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위기 속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국가가 외면한 개인의 생존을, 이제는 개인이 국가보다 먼저 설계해야 하는 시대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더 이상 외부에서 찾지 말자.

지금은 각자가 스스로의 삶의 설계자가 되어야 할 시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