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숫자 뒤에 숨겨진 고독과 싸움의 기록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성공한 사람의 찬란한 순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맞다. 나는 월 천을 달성했고,
내가 그토록 바라던 연봉 1억 도 이루었다.
누군가는 그 결과만을 보고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꼭 말하고 싶다.
“연봉 1억을 달성했지만,
그걸 유지하는 데는 훨씬 더 큰 대가가 필요했다.”
사실,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몸은 점점 무거워졌고,
마음은 날이 갈수록 지쳐만 갔다.
성과가 오를수록 기대도 올라갔다.
이제 더는 ‘실패’라는 선택지가 허락되지 않았다.
고객은 늘 친절하지 않았고,
때로는 나조차 내 감정을 감당하지 못했다.
숫자는 매일 0에서 다시 시작됐다.
어제의 성과는 오늘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유지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고립되고, 고독한 일이었다.
우리는 콜센터였지만, 동시에 ‘영업조직’이었다.
같은 팀, 같은 공간에서 일했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라이벌’이었다.
처음에는 단지 잘하고 싶었다.
그저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옆자리에 앉은 동료의 성과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하루 목표를 채워도,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올리고 퇴근하면,
괜히 내가 부족해 보였다.
성과가 좋았던 날조차도 만족하지 못했다.
욕심은 점점 끝을 몰랐다.
“나는 왜 이만큼밖에 못했지?”
“다른 사람은 더 잘하잖아…”
아이에게는 늘 말한다.
“남과 비교하지 마.”
그런데 정작 나는 매일같이 남과 나를 비교하며,
조용히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회사에서의 나’와 ‘진짜 나’를 철저히 분리하며 살아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은 집으로 가져오지 않았다.
온/오프 스위치를 정확히 누를 줄 아는 사람이었고,
그게 내가 가진 생존 방식이었다.
그래서일까.
신랑도, 아이들도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하고 있었던 걸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 스위치가 조금씩…
고장 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의 감정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집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내 얼굴엔 어느새 그늘이 드리웠고,
말수가 줄었고, 웃음도, 여유도 사라졌다.
아이들에게도 점점 피곤한 말투로 대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무슨 기분 나쁜 일 있어요?”
한 번이 아니었다.
두 번, 세 번…
그 말이 내 마음을 쿡 찔렀다.
‘안 되는데… 이건 아이들까지 눈치채면 안 되는데…’
강한 척, 그만하고 싶었다
“멘탈 갑”이라는 말 뒤에 감춰진 조용한 울음
동료들은 종종 내게 말하곤 한다.
“너는 진짜 멘탈 진짜 갑이야.”
“어떻게 그렇게 멘탈 관리를 잘해요?”
“언니는 진짜 강한 사람 같아요.”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다.
물론, 나도 책을 읽고, 스스로 다잡으며 멘탈을 관리하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했던 건…
그저 버티는 일이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
내가 하는 일에도 ‘계약’과 ‘철회’가 반복된다.
겨우겨우 성사시킨 계약이
하루아침에 철회로 바뀌는 순간들.
속상한 건 누구나 같다.
나라고 다를 게 있을까.
사실, 나도 울렁거린다.
마음이. 속이. 감정이.
어느 날, 정말 힘든 하루를 보낸 뒤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 요즘… 좀 힘들어.”
그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에이~ 언니 멘탈 강하잖아요.”
그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야기를 더 이어갈 수 없었다.
나는 멘탈이 강한 게 아니다.
그저, 말없이 버틴 것뿐이다.
묵묵히, 누구보다 조용히 힘들었다.
‘강하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나도
그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