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먼저 울었다

늘 감추기만 했던 마음에 처음으로 손을 내밀다

by 앤희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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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웃고 떠들고, 아무렇지 않은 척 회사를 다녔지만
내 안에서는 여전히 흔들림이 계속되고 있었다.
버텼던 시간만큼, 감정도 조용히 고여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예전처럼
크게 부담 없이 회사를 다닐 수 없었다.


연봉 1억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점점 예민해지는 사람이 되어갔다.

모든 게 성과와 연결됐고,
내 하루의 기분도 실적 그래프에 따라 출렁였다.


결정적인 순간은 곧 찾아왔다.
회사에서 중요 포인트, 즉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주력하던, 보험이 만기 된 고객에게
추가 상품을 제안해 가입까지 이끄는 ‘추가가입 프로젝트’가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만기 된 고객에게 단순히 재갱신만 유도하는 일이 주력이 되어버렸다.


나는 화가 났다.
“그렇게 회사에서 하라는 거 열심히 했을 뿐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포지션이 뒤바뀔 수 있는 거지?”


우리에게 상의도 없었다.

… 아니, 애초에 상의라는 게 있을 리가 없지.
우리는 그냥 회사가 고용한 직원이고, 그저 주어진 일만 하면 되는 위치였다.


씁쓸했다.
그 순간부터,
나를 연봉 1억까지 만들어준 이 회사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힘듦을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괜히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면,

"월급도 많이 받는데, 무슨 불만이냐"는 말이 돌아올까 봐.
또 어떤 사람은 나보다 더 힘들 텐데,

내가 괜히 약한 척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그냥… 혼자서 계속 삼켜야만 했다.


연봉이 올라간 뒤부터는
‘힘들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는 게 어느새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게 더 맞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감정은 온전히 뒤로 미뤄두었다.


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안에는 ‘우울증’이라는 아이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픈 기색 하나 없이
늘 웃는 얼굴로 회사에 있었다.


그게 나의 방어였고,
내가 택한 생존 방식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는…
정말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웃고 있었던 건, 정말 괜찮아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해서였다."




나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내면과 마주해야 할 시간이 왔다는 걸 느꼈다.


마음이 어지럽기 시작한 그때부터 실적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지금은 의식을 다시 세팅할 때라고.


사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 모든 걸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나의 부족함이 들킬까 봐 자꾸 외면하고 있었다.

철저히 나는 나 자신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회사 자체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방향만 살짝 바뀌었을 뿐, 내 업무도, 급여도 본질적으로는 예전과 같았다.

여전히, 내가 하던 방식 그대로 한다면 연봉 1억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서운했다. 내가 하던 일이 중심이 아니게 된 게 서운했다.


나는 계속주인공이고 싶었던 건 아닐까?

계속 누군가가 나에게 "잘한다, 멋지다" 칭찬해 주길 원했던 건 아닐까?


아니면, 떨어진 내 실적이 내 탓이 아니라 회사 탓이라고 돌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

어떤 핑계라도 잡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나는 조용히, 하지만 아주 천천히 내 안의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 나는 다시 나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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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무너진 내 마음을 조용히 주워 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건넨다.


지쳤구나 많이 힘들지...


네가 지금 느끼는 그 외로움, 그 고독, 나는 다 알고 있어.
언제나 웃으며 앞만 보고 달려왔겠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피곤함이 있었을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때때로 너무 버겁게 느껴지지


너는 이미 너무 잘해왔어.

너의 노력과 땀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어.

하지만 가끔은 그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잠시 쉬어도 괜찮다는 걸 잊지 마.
그 자리가 너에게 어떤 의미였든,
너는 그 자리에 오를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임을 알잖아.


지금이 힘들다면, 그냥 잠시 멈춰서

너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줘.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고 애쓰지 말고,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만큼 쉬어도 돼.

그 잠시의 쉼이 너를 더 강하게 만들 거야.

모든 것이 끝이 아니야.
쉬고 나면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길 거야.

너의 길은 아직 멀고, 그 길 끝에 있을 더 큰 나를 위해,
지금 잠시 숨을 고르는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너에게 여유를 줘.


-나의 또 다른 너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나는 몰랐다.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가 이렇게 가슴 절절할 줄은.

늘 내 감정을 뒤로 미뤘는데, 이제는 내 가 나를 안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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