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끝자락에서 마주한 스토너의 위로와 동료들의 소소한 온기
그날 이후,
나는 스토너의 마지막 문장을 오래도록 떠올렸다.
“살아간다는 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의미를 견디는 일이다.”
그 말이 내 안에서 오래 맴돌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나날들, 그 무게를 조용히 견디는 것.
그 또한 살아내는 일이었다.
“그 고요한 위로는 어느새 내 마음의 모서리를 조금씩 둥글게 깎아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재택근무 중이었다.
우리 회사는 상위 30%의 직원에게 매달 재택근무 기회를 준다.
오랜 시간 상위권을 유지해 온 나는 자연스럽게 재택이 익숙해졌고,
회사에 나가는 날보다 집에 머무는 날이 더 편안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유독 마음이 많이 아프고,
실적도 떨어지고,
모든 게 무겁게 느껴지던 어느 날.
점심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재택용 PC가 먹통이 된 거다.
작동도 안 되고, 시스템도 멈춰버리고…
그 순간 정말 혼자 속으로 외쳤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는 거야…’
짜증이 확 밀려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을 해야 하니까, 나는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동료들이 놀라서 물었다.
“어?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응… 그냥 PC가 고장 나서…”
툭 던지듯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고, 머릿속엔 실적 걱정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별일 아니라는 듯 자기 일상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주말에 뭘 먹었는지, 요즘 운동을 시작했는지, 사소한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얘기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실적 얘기도, 업무 지적도 아닌
그저 사람으로서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
그 순간,
내가 너무 날카로워져 있었구나,
혼자 너무 경직되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악감정도 없는데
나는 혼자 선을 긋고, 혼자 단정 짓고, 혼자 벽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조금 풀렸다.
그래서 용기 내어, 내 옆의 동료들에게 말을 건넸다.
“요즘 많이 힘들지? 그래, 너도 힘들겠더라.
그래도 우리 한 번만 더 해보자. 같이 해보자.”
그 말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그 직원이 조심스레 내게 말했다.
“선배가 그때 해준 그 말 때문에…
사실 퇴사까지 고민했었는데,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생각났어요.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될 줄 몰랐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나는 그동안 나만 잘해서 여기까지 온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고
어쩌면 나의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어두운 밤을 밝히는 빛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내가 건넨 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살릴 수 있다면,
그건 분명히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조용한 문장 하나,
따뜻한 일상 하나,
그게 내 마음의 결을 천천히 바꾸고 있었다.
“내가 힘들고 무너져 있을 때조차, 누군가는 내 곁에 조용히 함께 있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풀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