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조지에게 신에게 다가가는 길이었고, 내게는 고요를 되찾는 기도였다.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한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깊고 따뜻할 수 있는지를 느낀다. 이 노래들은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은 조지 해리슨의 노래들이다.
What Is Life
1970년, 《All Things Must Pass》 수록
처음 들으면 사랑에 빠진 기쁨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곡은 조지 해리슨이 자신의 신앙, 특히 신과의 관계에서 느낀 경이로움과 헌신의 감정을 담아낸 노래다.
"What is life if not for love?" 이 문장에서 말하는 ‘사랑’은 단지 인간 사이의 것이 아니라, 신과의 사랑이자 그를 향한 헌신으로도 읽힌다.
이 노래를 처음 접한 건 영화 《좋은 친구들》(1991) 장면 속이었다. 그때는 곡 제목도, 부른 사람도 몰랐지만, 이후 《All Things Must Pass》 앨범을 통해 온전한 곡을 처음 들었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에 반해 제목은 철학적이었고, 인생이란 사랑으로 가득한 무언가라고 노래한다고 느꼈다. 그러나 나중에야 그 사랑의 대상이 '신'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노래는 내게 ‘신과 함께 사는 삶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Give Me Love (Give Me Peace on Earth)
1973년,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수록
겉보기엔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애적 메시지 같지만, 이 곡은 철저히 신에게 바치는 개인적 기도다.
"My Lord, please take hold of my hand, that I might understand you."
조지는 물질 세계에 얽매인 존재로서 신에게 해방을 간청한다. 그 절박함은 음 하나하나에 스며 있다.
이 곡은 그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처음 들었을 때 조지의 절실한 기도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특히 “Oh, My Lord”가 아닌 만트라 ‘옴(Om)’을 사용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의 해설지를 직접 쓴 적도 있다. 오랫동안 동경해온 조지 해리슨의 음반에 나의 글이 담긴 건, 개인적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 뒤, 나는 조지 해리슨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Isn't It a Pity
1970년, 《All Things Must Pass》 수록
세상은 왜 서로를 외면하고 상처 주며 살아가는가. 조지는 인간 사이의 무관심을 넘어, 신과의 단절이라는 더 깊은 고통을 노래한다.
"It’s a shame, how we break each other’s hearts."
이 가사를 들을 때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 준 기억이 떠올라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조지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서로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죠.”
그 부끄러움을 잊지 않기 위해, 또 그렇게 부끄러워지지 않기 위해, 가끔 이 노래를 다시 찾곤 한다.
All Things Must Pass
1970년, 동명 앨범 수록
삶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 조지는 이 단순한 진실을 통해 무상함을 수용하고 영적 성장을 이야기한다. 이 곡은 단순한 위로의 노래가 아니다. ‘붙잡지 마라, 집착하지 마라’는 조용한 가르침이다.
이 노래는 2012년 다큐멘터리 영화 《조지 해리슨: 물질세계의 삶》의 도입부에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삶을 소개하는 첫 곡으로서, 고통 속에서도 평안을 배울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Someplace Else
1987년, 《Cloud Nine》 수록
‘어딘가 다른 곳(Someplace Else)’은 단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영적인 차원의 공간으로 읽힌다. 조지는 사랑하는 존재를 향해 노래하지만, 그 대상은 결국 신의 현존과도 겹쳐진다.
‘Something’ 이후 최고의 발라드이자, 《Cloud Nine》 앨범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다. 조지의 사랑 노래는 언제나 ‘그 너머’를 향해 있다. 이 곡도 마찬가지다.
The Light That Has Lighted The World (Demo)
녹음: 1970년대 초반 / 발매: 2012년 《Early Takes: Vol. 1》
이 데모 버전은 조지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구성되어 더욱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It’s funny how people, just won’t accept change…"
조지는 자신의 영적 여정을 설명하려 할수록 세상 사람들의 의심과 외면에 부딪혔다. 나 또한 조지를 따라 살아보려 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상을 밝힌 빛’을 따라 조금씩 나아갔다. 이 노래는 나에게 ‘어떤 삶을 살아도 괜찮다’는 허락이자 위로가 되었다.
Mystical One (Demo Version)
1982년, 《Gone Troppo》 데모
이 곡에서 조지는 ‘Mystical One’, 곧 신 혹은 절대자에 대해 노래한다. 담백한 데모 버전은 오히려 그 영적 울림을 더 크게 전한다.
제주도에서 조지 해리슨 책을 쓰던 시기, 이 데모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졌고,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났다. 덕분에 ‘신비한 그분’이 내게도 와서 책을 완성시켜준 것만 같았다.
The Inner Light
1968년, 비틀즈 싱글 B면
"Without going out of your door, you can know all things on Earth."
조지는 도가적 사유를 힌두적 맥락으로 확장하며, 진리는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는 믿음을 노래했다. 이 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이자, 그가 깨달음을 얻은 순간의 목소리다.
‘Love You To’, ‘Within You Without You’에 이은 비틀즈 시절 인도음악 3부작의 마지막 곡이자, 조지의 내면의 빛을 상징하는 노래로 느껴진다. 2002년 추모 공연 《Concert For George》에서 이 곡이 연주됐을 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아누시카 샹카르의 시타르, 제프 린의 보컬, 인도 악기의 앙상블이 이 노래의 진가를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온전히 드러냈다.
Sat Singing
1980년대 초반 녹음, 1988년 《Songs By George Harrison》 수록
‘Sat’은 산스크리트어로 ‘진리, 존재, 선’을 뜻한다. 조지는 이 곡에서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앉아 노래한다.
취재차 일본을 찾았을 때, 비틀즈 수집가의 집에서 《Songs By George Harrison》 한정판을 직접 보고 만졌던 기억이 있다. 그 안에 담긴 독점 CD에 바로 이 곡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 곡을 들으며 오랜 수행 끝에 완성된 조지의 내면을 만나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
My Sweet Lord
1970년, 《All Things Must Pass》 수록
조지 해리슨의 가장 순수한 신앙 고백. 그가 말한 ‘주님’은 특정 종교의 신이 아니라, 모두를 향한 사랑의 존재에 가까웠다.
"I really want to see you, Lord…"
크리슈나, 알라, 야훼… 어떤 이름이든 상관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신을 원했고, 그 갈망은 시대와 종교를 넘어 전해진다.
인도, 영국, 미국의 크리슈나 사원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이 노래를 통해 처음 신을 의식하고 사원을 찾게 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나 역시 이 곡이야말로 완벽한 가스펠이자, 신을 향한 최고의 찬가라고 믿는다.
맺으며
조지 해리슨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안의 고요와 만난다.
그건 단지 음악이 아니라 존재의 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