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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무엇을 할까보다 누구로 살까

정체성 기반의 질문 전환법

by 정수필

어느 날은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정답이 있는 시험처럼 삶을 해석하려는 이 질문은

익숙하고, 계획적이며, 효율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답해도 마음 깊은 곳이 납득하지 않는 날이 있다.


왜일까?


그 질문은 나를 행위하는 주체가 아니라

역할을 수행하는 도구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역할은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것이다.

진짜 방향 전환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보다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가'를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존재 중심 질문은 방향을 바꾼다


질문의 형태가 달라지면 사고의 축이 바뀐다.

무엇을 할까?에서

나는 누구로 존재하고 싶은가?로 넘어갈 때,

사유는 더 이상 선택과 효율이 아닌

방향성과 자기 일치감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직업, 수익, 역량 같은 외적 요소보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의 태도, 말투, 감각이 먼저 떠오르는 질문.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가?

아니면 반대로 흐르고 있는가?



정체성 기반 사고 전환 3단계


1.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존재와 이어지는가?


많은 사람은 일의 효용성, 경제성, 외부 평가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더 깊은 질문은 이것이다.

"이 일을 하는 나 자신이, 내 안의 나와 연결되는가?"


정체성은 성과나 결과가 아니라

내가 나와 일치하고 있다는 감각에서 생겨난다.

살아 있는 느낌은 언제나 그 일의 본질이 아니라

그 일을 대하는 나의 상태에서 비롯된다.



2.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언어를 쓰는가?


사람은 사용하는 말로 사고하고

사고한 방식으로 자기를 정의한다.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는 생각의 틀을 만들고

그 틀은 곧 정체성의 골격이 된다.


글쓰기는 그 언어를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구현하는 공간이다.

나는 어떤 표현으로 감정을 해석하고 싶은가?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어떤 어휘로 가치관을 설명하는가?


문장 하나, 어조 하나, 표현의 결 하나에도

지향하는 존재의 조각이 담긴다.

지금 나는 누구의 말결을 따라 살고 있는가?



3. 무엇을 반복할 때 내가 나다워지는가?


정체성은 순간의 선택이 아니라

지속되는 리듬 속에서 구성된다.

한 번의 결단보다 반복되는 행위가 우리를 형성한다.


이 일이 나를 보여주는가?보다는

이 일을 꾸준히 지속할 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화하는가?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글은 처음부터 나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복해서 써 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자기 언어로 자기 인생을 다시 써 내려가게 된다.



글쓰기는 자기 구조를 설계하는 공간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어를 조합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다.


무엇을 써야 할까?는 실행의 질문이다.

하지만 더 깊은 질문은 이것이다.

이 문장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과 일치하는가?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조율하고, 설계하며, 다시 그려나가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삶을 결정짓는 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되고 싶은 존재의 감각이다.


무엇을 할까보다

누구로 살아가고 싶은가.


질문을 바꾸는 순간

글은 목적이 아니라 존재의 선언이 된다.





필명 | 정각(正覺):

문제를 바르게 꿰뚫고,

삶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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