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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문제를 꿰뚫는 사고의 틀 3가지

반복을 넘어 구조로 가는 질문

by 정수필

왜 나는 이 문제를 계속 붙들고 있는 걸까?

오랫동안 스스로 던져온 질문이었다.

답이 없지는 않았다. 상황도 설명했고, 감정도 정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질문이 같은 회전축을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질문만 더 정교해졌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혹시 문제 자체보다 내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

즉 사고의 틀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표면을 넘어서 문제의 구조를 꿰뚫어보는 사람들은 질문 자체가 다르다.

그 차이는 단지 지식이나 경험의 양이 아니라,

생각이 출발하는 프레임에서 비롯된다.


질문은 생각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그리고 그 질문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는 사고의 구조가 정한다.

문제를 본다는 것은 단지 불편함을 인식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디에 서서,

어떤 시간적 맥락에서,

어떤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의 문제다.



문제를 꿰뚫는 사람은 틀을 갖고 있다


많은 질문이 겉돌고, 많은 글이 피상적으로 끝나는 이유는

사유의 깊이가 아니라 구조를 점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를 오래 붙들고도 진전이 없는 건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회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꿰뚫는 사람들은

보통, 세 가지 공통된 사고 구조의 축을 갖고 있다.

이 축은 문제를 해석하는 관점만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글쓰기와 삶 전체의 해석적 틀을 다시 설계하게 만든다.


1. 위치 기반 질문 - 나는 이 문제 안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종종 자신을 문제의 중심으로 자동 배치한다.

하지만 이 관성에서 한 발 물러서는 순간, 질문의 질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갈등을 "왜 저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할까?"라고 묻는 대신,

"지금 나는 이 팀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받고 있는가?"라고 질문해보라.

문제는 타인이 아니라, 내가 고정된 시야에서만 바라본 맥락일 수 있다.

위치 기반 질문은 문제의 좌표계를 바꾸는 기술이다.


2. 시간 기반 질문 - 지금 이 문제는 어떤 흐름 속에 있는가?

대부분의 문제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나타나는 리듬의 일부다.


예컨대 창작이 멈췄을 때, "왜 나는 아무것도 못 쓰는가?"라는 자책 대신

"지금은 어떤 창작 리듬의 정체 구간일까?"라고 질문해보라.

그 순간 문제는 멈춤이 아니라 전환을 위한 숨 고르기로 바뀐다.


시간 기반 질문은 문제를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동적인 흐름의 일부로 재배치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실패 대신 다음 전개를 준비하는 프레임을 갖게 된다.


3. 언어 기반 질문 - 이 문제를 나는 어떤 말로 부르고 있는가?

우리가 문제를 정의하는 언어는 그 자체로 해석의 경계를 결정한다.

무력함이라 부르면 에너지가 꺼지고,

내면 정리를 위한 정지 상태라고 부르면 그 시간은 완충의 의미를 갖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특히 민감해야 한다.

문제는 존재 이전에 명명되고, 그 명명 방식에 따라

감정, 시선, 몰입도 모두 달라진다.


언어 기반 질문은 사고의 해석 프레임을 다시 설계하는 장치다.



반복되지 않는 질문은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 세 가지 사고 틀인 위치, 시간, 언어는 형식적인 질문 기법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재배치하는 인식의 좌표계다.

문제를 타인의 탓으로 외주화하지 않고,

한 순간의 실패로 고립시키지 않고,

어떤 고정된 이름으로 낙인찍지 않는 훈련이다.


이러한 질문 구조를 익히면 우리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더 깊고 넓은 방식으로 다시 구성하는 힘을 갖게 된다.

글을 쓸 때도, 관계를 읽을 때도, 스스로를 해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고의 틀 없이 던지는 질문은 흔들린다.

하지만 구조 있는 질문은 생각을 단단하게, 해석을 유연하게 만든다.

질문은 정보를 묻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시선을 고르는 일이다.


질문이 달라지면 해석이 달라진다.

해석이 달라지면 삶의 흐름도 다른 길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사고의 구조를 자각하는 일에서 비롯된다.




필명 | 정각(正覺):

문제를 바르게 꿰뚫고,

삶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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