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미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中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
한 달 정도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고양이를 오랫동안 못 본 적이 있었다. 고양이를 기른 이후 가장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순간이었다. 하루 중 고양이와 내가 만나는 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기에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줄 알았다. 어느 날 창 밖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너무 커서 잠에 들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문뜩 고양이가 내 손을 깔고 자고 있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의 고양이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고 고양이가 내 삶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는지를, 그리고 다시는 고양이가 내 삶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타인’을 검색창에 입력해 보았다. ‘타인은 지옥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법’,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기술’ 등. 타인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표출하는 듯한 표제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는 무단침입의 뜻을 찾아보았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공간을 침범하는 것에 더해, 평온을 해치는 행위까지도 포함된다.
소설 속 고양이는 단순히 ‘고양이'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우리의 삶을 무단 침입하는 타인을 뜻한다. 타인은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삶의 어느 순간이던 끼어들고, 평온한 일상에 균열을 불러일으킨다.
타인과의 만남은 때때로 이해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 이루어지며, 많은 경우 사람들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내가 발견했던 많은 글들처럼 말이다.
소설 속에서 ‘그녀’의 집에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은 ‘그'의 삶에까지 무단침입을 한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을 무단침입 해버린 고양이들을 내쫓으려고 하고, 이 과정에서 팔에 상처를 입고, 단추를 뜯긴다. “정신이 반쯤 나”간 것처럼 마구잡이로 고양이들을 잡아서 ‘처리’해버리려고까지 한다.
‘그녀’ 역시 ‘그’의 삶에 무단 침입한 존재로, 고양이를 핑계로 자꾸만 그에게 전화를 건다. 그녀와 헤어진 이후 힘든 시기를 보내며 피곤함을 느끼던 그는 그녀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화를 낸다.
그러나 타인과의 만남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변화라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것과 다른 것을 맞닥뜨릴 때 발생한다. 무단 침입한 타인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은 그로 인해 변화가 발생할 때, 다시 말해 타인과 자신의 차이를 마주할 때이다. 그 차이로 인한 균열을 겪으며 우리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깨닫게"된다.
소설 속에서 ‘그’는 고양이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와 고양이의 무딘 침입으로 인해 고양이를 죽이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그의 성향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자 한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는 이제껏 봐왔던 고양이를 떠올린다. 고양이 캐릭터들로 시작해서 그가 살아가며 마주쳤을, 마주칠 고양이들까지 많은 고양이의 이미지들이 그를 스쳐간다. 그 자신이 모르고 있던 부분을 발견하면서 이미 삶 속에 깊숙이 스며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고, ‘무언가 자신의 삶 속에서 우지끈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그는 매일 같이 싸우면서도 3년이나 만날 만큼, 헤어졌음에도 여전히 전화를 받아 하소연을 들어줄 만큼 ‘그녀’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라는 타인이 ‘천천히 파고들어 치명적인” 흔적을 남기고'갔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침입한 타인을 마주하는 것은, “징그러울 정도로 냉정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깨닫는 것은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은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타인은 “언제나 무단 침입하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역으로 타인의 삶에 무단 침입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균열과 상처를 내어 흔적을 남기고 가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그에게 무단침입한 존재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진 이후에도 고양이를 핑계 삼아 남자에게 전화를 걸고, 거짓말까지 해가며 계속해서 그의 삶에 균열을 남기고자 했으니 말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소설 속 고양이처럼, 내 손 위에 우아하게 올라앉은 고양이처럼 서로의 삶에 침입하고 침입당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손보미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연작소설집 『사랑의 꿈』을 통해서였다. 아이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재기 발랄한 사건들과 문체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느껴졌었다.
두 번째로 선택한 작품은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이었다. 전 작품과 다르게 좀 더 상상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사실『사랑의 꿈』만큼의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다. 서사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현실의 것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특유의 힘이 여전히 느껴지는 것 같아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봤는데, 한 분이 '그'의 '상대방의 장점은 사랑하지만 그 장점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한 점이 인상 깊었다. 무단침입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재훈과 그의 전애인의 관계가 떠오르기도 하면서 처음 드라마를 봤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들의 서사를 완전히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