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라는 이름의 권위를 깨다

내가 만든 루틴, 나를 가둔 시스템

by 강정환

하루의 루틴을 깨뜨리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명목으로 지켜온 일상의 질서는 어느새 나를 가두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정확히 계량된 15ml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마시고, 정해진 순서대로 샤워를 한다.


샴푸, 바디워시, 양치, 폼클렌징. 물기를 닦을 때도 순서가 있다. 먼지가 묻었을지 모를 수건은 두세 번 턴 후에야 몸에 닿는다. 샤워 후엔 물기를 다 털어내고, 화장실도 매번 청소한다.


화장품을 바르고, 머리를 말리고, 카카오닙스를 계량해 먹고, 비타민과 소금물을 챙긴다. 그 모든 동작에는 오차도, 여백도 없다. 이 일상은 나를 위한 루틴이 아니라, 나를 억누르는 관념의 틀이었다.


세상은 분명히 빛나고 있었지만, 내 눈에 비친 세상은 흐릿하고 무채색이었다.


밖에 나가면 어깨에 힘을 주고, 키가 작아 보이지 않으려 일부러 등을 곧게 편다. 내 뒤에 서 있는 누군가의 시선이 두려워, 관심도 없는 뉴스나 지적인 척할 수 있는 앱을 켠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세상 밖에 내놓기 두려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양치를 하지 않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을 일부러 깨뜨린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었다.


억눌린 이상과 자유를 향한, 아주 미세한 반란이었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함으로 존재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단정한 자세도, 깔끔한 루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외적 포장도 잠시 내려놓았다.


그저, 나답게 살고 싶었다. 별일 없는 하루를 내 방식대로 살아보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어쩌면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온 그 모든 행동들이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버티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된 루틴은 내 불안을 누르기 위한 회피였고, 언젠가부터 나 스스로를 향한 강박이 되어 날 조여왔다.


이제 나는, 나를 억압하던 내면의 비판자에게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해오던 행동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왜?”라고 질문한다.

그것이 진짜 나를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된 또 다른 무기인지 묻는다.


살기 위해 만들었던 철창은, 더 이상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

나는 그 쇠창살을 하나씩 부수고 있다. 작은 감옥이었던 습관들을 무너뜨리며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


틀 안에 갇히지 않는다는 건, 무계획하게 흘러가는 삶이 아니라

나에게 선택권이 있는 하루를 만든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안전과 자유 사이의 균형을 배우고 있다.


나를 위한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 조금씩 조절하고 질문하고 선택하며 배워가는 중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나다워졌다.


지금, 나는 나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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