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지팡이, 카두케우스(Caduceus)처럼

by DrLeeHC

헤르메스의 지팡이, 카두케우스(Caduceus)처럼


우리의 길고도 깊었던 여정은 이제 그 마지막 장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키발리온』이라는 비밀의 신전으로 들어가, 그곳을 지키는 일곱 개의 기둥, 즉 일곱 가지 위대한 헤르메스 원리를 하나씩 순례했습니다. 우리는 이 우주가 거대한 정신의 표현임을 배웠고(정신의 원리), 하늘과 땅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임을 알았으며(상응의 원리), 모든 것이 끝없는 진동의 춤을 추고 있음을 목격했습니다(진동의 원리). 또한 우리는 모든 대극이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음을 이해했고(극성의 원리), 모든 것이 오르고 내리는 리듬을 따르며(리듬의 원리), 엄격한 인과의 법칙에 지배되고(원인과 결과의 원리), 마침내 남성성과 여성성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함(성의 원리)을 배웠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일곱 개의 흩어진 진주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 우리 삶의 방향을 비추는 영원한 별자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완벽한 상징은 바로 이 모든 지혜의 아버지인 헤르메스 신이 손에 들고 있는 신비로운 지팡이, ‘카두케우스(Caduceus)’입니다. 카두케우스는 하나의 중심 기둥을,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조화롭게 감고 올라가는 두 마리의 뱀과, 그 정점에 있는 날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까지 탐구한 모든 가르침과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영적 삶의 방향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살아있는 상징입니다.


중심 기둥: 흔들리지 않는 자아(Ego/Self)


카두케우스의 굳건한 중심 기둥은, 이 모든 이원성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잘 훈련되고 통합된 구도자의 자아를 상징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주해서의 ‘2부 주해: 현대인을 위한 가르침’에서 끊임없이 탐구했던 ‘실천’의 길입니다. 그것은 리듬의 파도 속에서 평정을 유지하는 ‘중화의 기술’이며, 인과의 법칙 앞에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주인의 의지’이고, 감정의 양극단을 오가는 대신 자신의 중심을 잡는 ‘극성화의 기술’입니다. 이 중심 기둥이 바로 서 있지 않다면, 두 마리의 뱀은 서로를 물어뜯는 파괴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첫 번째 과업은, 일상 속에서의 꾸준한 자기 성찰과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이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기둥을 세우는 것입니다.


두 마리의 뱀: 지혜와 실천의 변증법적 상승


이 중심 기둥을 감고 올라가는 두 마리의 뱀은, 바로 우리가 이 주해서 전체를 통해 탐구했던 두 가지 다른 차원의 지혜를 상징합니다.


한 마리의 뱀은 ‘지혜의 계보와 비교 철학’이라는 제목들에서 우리가 탐구했던, 차갑고도 명료한 ‘지성의 빛’입니다. 그것은 헤르메스에서 플라톤으로, 스토아학파에서 도가 사상으로 이어지는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탐구하며, 우주의 법칙을 이해하려는 ‘관조적 지혜(Theoria)’의 뱀입니다. 이 뱀은 우리에게 ‘왜’라고 묻게 하며, 현상 이면의 원리를 파고들게 합니다.


다른 한 마리의 뱀은 ‘현대인을 위한 가르침’이라는 제목의 해설들에서 우리가 탐구했던, 뜨겁고도 구체적인 ‘삶의 실천’입니다. 그것은 심리학적 통찰과 일상의 예시를 통해, 추상적인 원리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기술로 바꾸는 ‘실천적 지혜(Praxis)’의 뱀입니다. 이 뱀은 우리에게 ‘어떻게’라고 묻게 하며, 앎을 행동으로 옮기게 합니다.


진정한 영적 상승은 이 두 마리의 뱀이 서로를 분리하지 않고, 중심 기둥을 축으로 삼아 서로 교차하며 조화롭게 감고 올라갈 때에만 가능합니다.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한 사변이 되고,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적인 행동이 될 뿐입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가장 깊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우주의 원리를 이해해야 하고(지성의 뱀),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이해를 자신의 가장 사소한 일상 속에서 실천하며(삶의 뱀), 이 둘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통해 나선형으로 상승해야 합니다.


날개와 합일: 궁극의 자유


마침내 두 마리의 뱀이 그 상승의 여정을 마치고 기둥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는 모든 이원성을 초월하는 한 쌍의 ‘날개’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 날개는 더 이상 ‘위’와 ‘아래’, ‘이론’과 ‘실천’, ‘나’와 ‘세계’가 분리되지 않는, 완전한 합일과 자유의 경지를 상징합니다.


이것은 ‘전체’의 마음 안에서 모든 것이 하나임을 체험하는 궁극의 그노시스(Gnosis)입니다. 이 경지에 이른 자는 더 이상 두 마리의 뱀을 의식적으로 조화시키려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의 모든 생각은 저절로 지혜로운 행동이 되고, 그의 모든 행동은 깊은 지혜의 표현이 됩니다. 그는 더 이상 법칙을 ‘사용하는’ 자가 아니라, 법칙 그 자체가 된 것입니다. 그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처럼, 하늘과 땅을 잇는 중재자가 되어, 자유롭게 모든 차원을 오가며, 세상에 치유와 조화의 에너지를 가져다줍니다.


이것이 바로 『키발리온』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영적 삶의 최종적인 비전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하나의 신성한 예술 작품으로 여기고, 그 안에서 지혜와 실천이라는 두 가지 위대한 힘을 조화롭게 빚어낼 것을 요구합니다. 이 대장정을 마치는 지금, 이 책은 더 이상 단순한 글자의 집합이 아니라, 여러분 각자의 손에 쥐어진 살아있는 카두케우스가 되어야 합니다. 부디 이 지팡이를 가지고, 여러분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모든 대극들을 화해시키고, 마침내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의 날개를 활짝 펼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자신이, 이 어두운 세상 속을 걷는 또 하나의 살아있는 헤르메스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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