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달리기를 한다.
머릿속을 비우고 달리고 걸으면서 하늘도 보고 길가도 보는 나 홀로 시간이다.
한 주간 있었던 일들, 사람들 얼굴 떠 올리며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10킬로도 못 뛰지만 30분에서 40분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고 나면 뿌듯하다.
거실에 앉아 뭘 볼까 리모컨 만지작만지작 뒹굴거리고픈 욕망을 이긴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회사 출근 할 때는 못 보던 주변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었던 샛강은 싸악 녹았고, 하늘은 푸르고 높으며, 햇살이 차가운 바람을 이긴다.
그리고 두루두루, 여기저기 있는 듯 없는 듯 심겨있던 나무들에 몽우리가 맺어져 있는 게 보인다.
마른 가지들엔 초록 싹들이 삐죽 나와 있고 개구쟁이 같은 팝콘 꽃이 나무에 달리기 시작했다.
길가 바닥을 내려다보면 거기에도 꽃이 있다. 길가 돌멩이보다 작은 보라색 꽃들은 놀이공원에 놀러 온 아이 마냥 신나 보인다. 흑백이었던 나무들 사이로 어느새 노란 개나리도 피고 있는 중이다.
또다시 봄이 왔다.
이 꽃들은 봄이 온 줄 어떻게 알고 딱 맞추어 피어 나는 걸까?
자기 자리에서 어김없이 제 몫을 해 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제각기 다른 색과 모양이지만 만인을 향해 봄의 도래를 알리는 꽃들의 협력만큼 완벽한 합주가 또 있을까?
때를 따라 피고 지는 이 별것 아닌 당연한 꽃들이 오늘은 세상 그 무엇보다 위대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