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옷장 2 01화

알리바이

by 유리


"지금 송한이 집에 없어?"

"응. 연습 끝나고 바로 드라마 때문에 지방 촬영 내려갔어."

혜정은 망설였다. 엄연한 범죄인데 옷장을 이렇게 써도 되나. 이 형사가 떠올랐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혜정을 아직까지도 의심하고 있는 집요한 그...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만약 홍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송한이 너무 괘씸했다. 열애설 기사 때문에 혜정이 오늘 하루종일 얼마나 지옥을 맛보았던가. 홍주의 흥분한 얼굴을 보니, 그도 얼마나 오늘 하루동안 애먹었을까 싶었다. 혜정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야! 혜정아! 정신차려! 그 놈이 낸 열애설 때문에 너 오늘 힘들었잖아! 나는 진짜 미칠 뻔 했어. 이번주 컴백이 얼마나 중요한데 다 망칠 뻔 했다고. 진짜 내가 가만 안 둘거야"

"..."

"응? 보내줘 제발"

"...그럼 3분 안에 찾아서 빨리 와. 내가 너 연락 없어도 3분 안에 다시 부를거야. 그 전에 찾으면 꼭 전화하고"

"알았어. 걱정 마"

5,4,3,2,1

홍주가 다시 송한의 집에 왔다. 이제는 몇 번 와봐서 낯설지 않았다. 아까 홍주가 메일을 보내고 10분쯤 지났을까. 디스패치 측에서 답장이 왔었다. 관심있으니 사진이랑 함께 첨부해 열애 상대를 알려 달라고. 홍주는 메일을 보자 가슴이 다시 뛰었다. 역시 증거가 필요했다. 말 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아까 혜정을 보자마자 송한의 집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한 것이었다. 홍주는 사진을 넘기는 대신 포상금도 요구할 생각이었다.

불이 다 꺼져 있는게 분명 송한의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3분 안에 얼른 찾아야 했다. 증거...증거...홍주는 우선, 드레스룸을 뒤졌다. 언제 봐도 탐나는 물건들로 가득한 그 곳. 휙휙 행거 사이를 휘집어 보고, 아일랜드 서랍장도 일일이 열어 보았지만 증거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불을 끄고 나와 저번에 지나갔었던 그 긴 복도를 지나갔다. 복도 곳곳에 걸려있는 휘황찬란한 대형 액자와 중간중간 놓여 있는 앤티크한 콘솔 위 값비싼 장식품들. 눈으로 쭈욱 훑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시계를 보니 이제 1분 30초 정도 남았다. 집이 워낙 커서 다 돌아보기에는 무리였다. 어디에 가면 좋을까...

'아!'

홍주가 뛰었다. 다이닝룸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면 보이는 거실 왼쪽에 위치한 침실로. 시간은 이제 40초 남짓. 침실에서 뭔가 찾아야 했다. 무언가...무언가...홍주는 기억했다. 송한이 멤버들에게 집 소개를 했던 바로 그 날, 침실을 구경하러 들어갔을 때 송한이 침대 옆 협탁 위의 작은 액자를 재빨리 덮어버렸던 것을. 아무도 못 봤다고 생각했겠지만 홍주는 그 때 송한의 행동을 분명히 봤었다. 그 액자에 숨겨야 하는 무언가 있는 게 분명했다. 20초...재빨리 침실 등을 켰다. 침대 근처 협탁에 다다랐다. 오늘은 액자가 바로 서있었다.

'역시...'

송한과 강유리가 액자 속에서 얼굴을 다정히 맞대고 웃고 있었다. 찰칵.

[충격 단독] 톱스타 이송한-강유리 열애...별들의 만남

한류스타이자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이송한과 톱 여배우 강유리가 열애 중이다. 두 사람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집, 차 안 등지에서 데이트를 즐겨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 전 두 사람은 최고가의 분양가로 떠들썩했던 최고급 신축 빌라에 나란히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데이트를 위해 두 사람이 함께 집을 매입 후 나란히 이사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다음날 오전, 포털은 송한의 열애설로 떠들썩했다. 두 톱스타의 만남을 다들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송한은 기사가 나오고 얼마 뒤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강유리와의 만남을 인정했다. 사진은 홍주가 어제 침실에서 찍었던, 바로 그 사진이었다. 남자답게 인정해서 멋지다, 둘이 꼭 결혼까지 가라는 댓글들이 피드를 도배했다.

지이잉

"그냥 인정했네 둘이"

혜정의 문자메시지였다. 어제 새벽 디스패치에 제보한 후, 혜정과 홍주는 송한이 당황해할 모습을 상상했었다. 커플 사진을 넘기며 제보 포상금 100만 원도 받았다. 그런데, 뭔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형! 송한이 형 열애 기사 보셨어요?"

"어...응"

"와. 역시 송한이 형은 클라스가 달라. 강유리라니. 진짜 노는 물이 다르다 그렇죠?"

매니저 수현이 눈치없이 컴퓨터로 송한의 열애 기사를 읽으며 홍주에게 말했다. 홍주가 넌지시 물었다.

"아니, 걔는 조심 좀 하지. 그리고 또 그걸 바로 인정해버리냐. 생각도 없이. 며칠 있으면 컴백 무대하는데"

"에이...형도 걸렸으면서요 뭘"

"아니 그래도 나는 바로 아니라고 해명하고 죄송하다고 했는데. 걔는 인정을 하면 어쩌냐. 팬들 떨어져 나가게"

"형...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강유리잖아요, 강유리! 최고 인기 여배우! 최고 미녀 여배우! 말이 달라지죠 그럼"

"...그래?"

"그럼요. 다들 응원하고 난리잖아요. 실장님도 아까 이번주 컴백 대박나겠다며 엄청 좋아하시던데요. 강유리랑 열애 관련 질문하려고 음방 출근길에 기자들도 많이 올 것 같다고. 완전 신나셨던데"

"..."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홍주는 당황했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 때 홍주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김홍주 씨 되시죠?"

"...누구시죠"

"저는 강남경찰서 강력계 이주현 형사라고 합니다"

'형사? 형사가 무슨 일로 나에게... 어제 몰래 송한이 집에 갔던 게 카메라라도 찍혔나'

홍주는 불안해졌다. 신나서 기사를 읽고 있는 수현을 뒤로 하고 몰래 방에서 나왔다. 복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다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무슨 일로"

"저...이정민 씨 아시죠?"

"네"

"어젯밤에 이정민 씨가 살해되었습니다"

홍주는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정민이, 어제 저녁까지도 홍주와 함께 사랑을 속삭이던 정민이 죽었다고?

"네?? 잘못 아신 것...아니에요?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는데..."

"네 알고 있습니다. 이정민 씨의 문자 내역과 통화 내역을 조회하니 김홍주 씨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셨더군요. 그리고 이정민 씨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사람이고요. 호텔 CCTV를 통해 이미 다 확인했습니다"

"아니...아니...저는 정말 이야기만 하고 나왔는데요? 10분 정도만 있다가 이번주 컴백 때문에 바로 연습실로 갔다고요."

"어쨌든 이정민 씨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김홍주 씨가 맞습니다"

"아...며...몇 시쯤 정민이가 그렇게 된 건가요?"

"사망 추정 시각은 밤 12시쯤입니다."

"그..그럼 전 아니에요! 전 그때 집이었다고요! 아...아니...다른 사람과 있었다고요! 알리바이가 있어요"

"알리바이를 확인해줄 사람이 있나요?"

"저....저...네...네! 있어요! 알리바이 확인해줄 사람"

"이따가 조사 때문에 회사에 한 번 들르겠습니다. 유명한 분이시니 그 정도는 배려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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