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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서툴렀던 그날의 기억들

by 로라


차디찬 바람이 매섭게 불던 그날은 햇살이를 데리고 퇴원하는 날이었다. 신랑은 회사 일정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친정 엄마, 동생의 도움으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리고 신생아실로 가서 처음으로 햇살이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간호사님께서 속싸개, 겉싸개를 싸는 법을 가르쳐 주시며, “아이가 잘 먹고, 잘 울어요”라고 하셨다. 그때는 이 말의 의미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잘 먹는다니 다행이라는 마음만 있었다. 나는 처음 안아보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뭇거렸고, 이런 나를 대신하여 친정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아이가 이렇게 우니까 내가 운전에 집중이 안 되잖아요. 아이를 안고 앞 좌석에 타면 어떡하나요?”


바깥세상으로 처음 나온 햇살이는 조리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자지러지게 울었다. 택시 기사님은 아이를 안고 앞 좌석에 탄 친정엄마와 어리둥절해 있는 나를 나무랐다. 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하니 아이를 뒷좌석으로 데리고 와 달래 보았지만, 아이의 울음은 더 거세졌다. 작은 아이가 온몸이 빨개지면서 숨이 넘어가도록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리원으로 가는 10분 거리가 1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택시에 탄 모든 사람이 진땀을 흘리며 조리원에 도착했고, 아이도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그 후 신랑에게 통화하며, “이게 다 오지 않은 당신 탓이야”라며 괜한 원망과 서러움에 목놓아 울었다.


병원에서 햇살이와의 만남은 하루에 2번 유리창 너머로 마주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조리원에서는 수유콜이 오면 수시로 달려가서 볼 수 있었다. 수유를 하기 위해 구부정한 팔과 자세로 아이를 안으면 햇살이도 불안한 듯 갈매기 눈썹을 하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될 줄 알았던 모유 수유는 어렵기만 했다. 배고픈 아이는 조리원이 떠나갈 듯 울음을 터뜨렸고, 나도 함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조리원에서 햇살이는 목소리가 크기로도 유명했다. 어디선가 누군가 큰 소리로 울면 우리 아이가 울지 않은 순간에도 햇살이로 생각하고 달려와 주시기도 했다. 이때 알았다. 병원에서의 “잘 먹고, 잘 울어요”라는 의미를 말이다. 그리고 햇살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목청이 좋은 아이임을 깨달았다.


수유실에서 수유를 하다 보면 어느 한쪽에서는 다른 신생아의 엄마가 기저귀를 교체하고, 다시 속싸개를 동여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저 엄마도 처음일 텐데 잘하네? 아.. 난 기저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기저귀와 속싸개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여 배웠지만, 내 손과 아이의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하~ 기저귀는 엉성하고, 속싸개는 계속 풀리는데....’

‘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네. 지금까지 난 뭘 한 걸까..’

‘이렇게 집에 가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지?’

라는 불안한 마음과 걱정들에 초보 엄마의 마음은 애타고 괴로웠다.


아이와의 만남이 끝난 후 조리원 방으로 돌아오면 유튜브에 수많은 검색을 했다. 아이를 편하게 안는 법, 수유하는 방법, 속싸개 안 풀리는 법 등등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튜브를 봐도 여전히 허둥대는 내 모습과 어설픈 보살핌을 하는 나 자신에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순간은 바로 아이의 울음이었다. 배가 고파서 우는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건지, 잠이 온다는 것인지, 무엇이 불편하다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의 불편함을 나도 알고 싶다.’

엉성한 자세로 “햇살아 괜찮아~ 울지 마”라고 달래지만, 아이는 더 크게 울 뿐이다. 그러다 베테랑 선생님이 오시면 그 품에 안겨 바로 뚝 그치는 마법은 잊을 수가 없다.


이렇듯 초보 엄마의 하루는 매 순간이 미션을 수행하는 경험의 연속이다. 작은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받쳐 내 품에 안는 행동부터 젖병을 물리는 일, 아이를 토닥이는 일 등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엄마로서 해야 하는 것들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의 신생아 시절을 돌아보니, 그 당시 나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처음부터 잘 해내는 사람은 없어. 우리 어떤 것을 처음 배울 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잖아. 아이를 키우는 일도 똑같아. 엄마라는 존재도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건 아니야. 엄마로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너만의 속도로 그렇게 엄마가 되어가면 돼. 너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난생처음 되어보는 엄마이지만 내게 주어진 선물 같은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서툴러서 아이를 불편하게 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잘 키우고자 하는 엄마로서의 진심은 아이의 마음속에 천천히, 깊이 스며들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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