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밤에 불만 끄면 알아서 잤어. 깨지도 않고 말이야. 대신 분유를 하도 안 먹어서 억지로 달래 가며 맥인다고 눈물 많이 쏟았제”
엄마는 나와 동생을 키울 때 불만 끄면 알아서 자는 우리들 덕에 잠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지만, 분유를 먹지 않으려 하는 나와 동생 덕에 눈물 젖은 나날은 보냈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들으니 아이를 키운다는 게 내 마음 같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기 전 후로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육아서를 읽고, 카더라 통신의 정보를 얻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일이었다. 육아의 과정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엄마가 되려면 뭐라도 공부하고, 준비해야 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임신부터 신생아 시절까지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임신출산육아 대백과’, ‘똑게육아 올인원’, ‘삐뽀삐뽀 119’ 등 유명하다는 책을 읽어 보았다. 이렇게 공부하면 육아를 머리로 잘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육아서와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아이의 스케줄을 세워 수유시간과 잠시간을 일정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실천해 보고자 휴대폰에 ‘베이비타임’이라는 어플을 설치해 수유와 잠시간에 관한 것을 기록했다. 예를 들면, 10:45분 100ml, 11:30~12:00 낮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언제쯤 자고, 얼마나 먹는지 대충 감이 온다. 하지만 아이는 분유를 더 먹고 싶어 빈 젖병을 쪽쪽거리기도 했고, 아직 수유를 할 시간이 아닌대도 배가 고프다고 자지러지게 울기도 했다. 그리고 자야 할 시간에 자지 않으려 하는 난관들이 존재했다. 책으로 읽을 때는 ‘아하!’했던 것들이 실제로 육아를 하는 순간에는 ‘쉽지 않구나’가 되었다.
다행히 햇살이는 분유라면 꿀떡꿀떡 5분 컷을 내는 아이였기 때문에 먹을 것으로 걱정을 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아이는 다 먹고 나서도 더 먹고 싶어 빈 젖병을 한참이나 쪽쪽 거리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수유텀과 양을 지켜야 한다는 혼자만의 규칙이 있었기에 더 수유하지 않았다. 되돌아보니 나는 참 융통성 없는 초보엄마였고, 더 먹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마음껏 먹게 할 걸 싶은 후회가 있다.
내게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를 재우는 일이었다. 햇살이는 신기하게도 바닥에 내려놓으면 등에 가시가 있는지 바로 알아채고는 안아달라고 보챘다. 그 덕에 나는 소파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내 배 위에서 낮잠 자는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고 육아템을 검색하곤 했다. 하지만 계속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잠들기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다. 백색소음 틀기, 쉬~소리 내기, 울어도 조금 기다리기, 목욕시간과 마지막 수유 시간 정하기 등 어디서 읽고 방법을 실천해 보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잠들지 않는 아이 덕에 엄마인 나도 쉴 수도, 잠을 제때 잘 수 없어 힘든 나날을 보냈다.
‘분명 우리 엄마는 불만 끄면 잔다고 했는데, 왜 햇살이는 누워서는 잠들 수 없는 걸까..’
‘100일이 지나 통잠을 자는 시기인데도 왜 이렇게 잠자는 게 어려울까..’
나는 평소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고,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9시 이전이면 잠들었던 터라 잠이 어려운 것이라곤 느껴보지 못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잠이라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 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밤잠과 낮잠의 시간은 일정해져 패턴이 생겼지만, 하지만 여전히 누워서 잠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거의 9개월이 될 때까지 힙시트를 허리에 매고 아이를 안아 엄마의 몸이 바운서인 양 몸을 흔들거리며 햇살이를 재웠다. 내 품에 있는 아이가 곤히 잠이 들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혀놓으면서,
‘수면교육은 무슨!수면교육이 통하는 건 유니콘 같은 아이 아니야?’ 싶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는 행여나 아이가 깰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안타깝게도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6살이 된 지금도 아이는 잠을 쉽게 들지는 못하고 자주 깨는 편이다. 아이를 재우는 일은 생각보다 꽤 긴 여정이고, 아직도 완성되지 못했다. 아이가 스스로 피곤함을 알아차리고 혼자서 잠을 청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어른에게 먹고, 자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배고프면 알아서 음식을 찾게 되고, 잠이 오면 스스로 잘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어린아이에게는 이런 기본적인 일조차 연습이 필요하다. 먹고 자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일이다.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는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포근한 자궁 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지냈다. 그러나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달랐을 것이다. 갑자기 스스로 숨을 쉬어야 하고, 먹고, 잠을 자야 하는 변화는 아이에게 큰 도전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은 부모에게도 큰 도전이자 수많은 난관들로 여겨지도 한다. 아이가 먹지 않으면 부모는 걱정으로 애가 타고, 아이가 잠을 자지 않으면 부모가 함께 피곤해진다. 아이가 세상에 적응하고 생존하느라 애쓰는 것처럼, 부모 역시 그 아이의 삶에 적응하며 함께 애쓴다. 안타깝게도 아이가 태어나면 일정 시기 동안 부모는 여유롭게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하거나, 누군가와 다정하게 대화하며 밥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이가 자지 않으면 부모도 잘 수가 없고, 아이가 깨면 부모도 일어나야 한다. 이렇듯 부모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이를 키워낸다. 그리고 아이의 예쁜 눈짓과 미소에 힘든 일을 잊어버리는 마법이 있어, 어제보다 나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