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아이와의 첫 만남은 모든 엄마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일 것이다. 출산은 분만의 순간뿐 아니라 아이를 만나기 위해 기다려온 순간들, 설렘들이 모인 시간이다. 햇살이는 간절히 바랐던 아이였기 때문에 존재를 알게 된 직후부터 뱃속에서 함께하는 열 달 내내 감사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산전 휴직을 했었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없이 오롯이 뱃속의 아이와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임신 기간 동안 출산 이후를 수없이 상상했었던 것 같다. ‘아이의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누구를 닮았을까? 어떻게 자랄까?’ 등등 말이다. 그러다 마음속 한편으로는 아이를 낳는다는 건 엄청 아프다는데,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늘 엄마라는 존재에게 받기만 했었는데, 내가 진짜 엄마가 되다니. 엄마들은 다들 부지런하고, 헌신하는 존재인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자 낯선 경험이었다.
이러한 걱정들과 설렘이 공존하는 가운데, 어느새 10달의 시간이 흘렀고, 출산이 임박한 순간이 다가왔다. 이것은 내가 엄마가 되는 상상을 했던 시간이 현실로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였다. 출산 예정일 전날부터 햇살이는 마치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출산의 과정은 인터넷과 친구들을 통해 공부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긴장되고 정신이 없었다. 남편이 병원 진료를 접수하는 동안 나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내진과 관장, 무통 주사를 맞았다. 그 후 가족실 같은 공간에서 남편과 함께 분만을 위한 힘주기 연습을 하며 자연분만을 시도했다. 진통은 파도처럼 몰려왔고, 긴 시간 동안 나도 아이도 서로를 기다리며 버텨냈다.
그러나 출산은 결국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서로가 지쳐 있는 상황 속에서 결국 수술실로 향하게 되었다. 난생처음 받는 수술이었지만 오랜 진통 끝에 곧 아이를 만난다니 기쁜 마음으로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 침대에 내가 스스로 누워야 한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마취가 잘 될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마취 후 헤드셋을 씌워주시길래 나는 긴장을 낮추기 위해 음악 소리를 조금 더 크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수술이 시작되기에 전 의사 선생님이 하반신 어딘가를 집으며 질문했다.
“느낌이 드나요?”
“아니요. 아무 느낌 안 나요"
얼마 지나지 않아 “몇 월 며칠 몇 시 ~~~”라는 말과 함께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아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아이가 이렇게 금방 태어난다고? 이렇게 빨리?’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간호사님이 초록색 천으로 쌓인 아이의 얼굴을 내게 보여주셨다. 아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온 얼굴을 찡그리며, 나와의 첫 눈 맞춤을 했다. 이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슴이 벅찬 순간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안녕”이라고, 이 한마디에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전했다.
2020년의 12월은 내가 엄마가 된 날이기도 하며, 아이도 세상을 느낀 날이며, 우리 가족 모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의미 있고 소중한 순간이다.
출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첫 만남’이 생각나고, ‘첫 만남’ 하면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내 이름은 말야
이 순간 feel so wonderful
조금은 뚝딱거려도 어색한 인사까지도 너와 나의 첫 만남
우리의 사이 beautiful
내일도 내일모레도 기억해, 영원히 반짝일 순간, wait wait~“
물론 이 노래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첫 만남을 표현한 곡이지만, 출산의 순간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산의 순간은 정말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밀려온 설렘과 감동, ‘엄마’라는 이름이 낯설었던 순간과 앞으로 영원히 함께 반짝일 순간까지 모두 닮아있다. 설렘 속에 첫 만남을 준비했고, 어설픈 초보 엄마의 육아가 시작되지만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내일 또 봐 안녕!”라고 외쳐본다.
끝으로 출산의 사전적 의미는 아이를 낳는다는 것인데, 그 이상의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출산은 사랑의 시작, 기적처럼 내게 온 선물이다. 이 작은 존재와 울고, 웃고,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텐데 앞으로 함께하게 될 세상이 기대된다.
“햇살아, 세상에 태어나줘서, 엄마 아빠의 딸이 되어줘서 너무 고마워.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