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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알게 된 순간, 내 마음의 봄

by 로라

내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찾아온 그 순간은 내 인생에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신혼의 달콤한 시간들을 보냈기에 이제는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걱정하듯 “임신은 계획처럼 쉽지 않다.”, 젊을 때 얼른 낳아야 한다”라는 말처럼 현실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난임병원의 문을 두드렸고, 간절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그 해. 여러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우리가 다니던 병원도 확진자의 방문으로 인해 휴진 상태가 되었다. 이렇듯 3월에는 배란일 진료조차 받을 수 없어 아쉬워하고 있었다.

‘이번 달은 병원도 못 갔으니 아니겠지. 어쩔 수 없네’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을 때쯤 꿈에서도 내가 임신 테스트기를 하며, 임신을 확인하는 꿈을 꾸었다.


‘이제 이런 꿈도 꾸는구나. 내가 정말 간절한가 보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았다. 그동안은 임신 테스트기에 한 줄만 붉게 나타난 후 아무리 기다려도 또 다른 줄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날은 달랐다. 나의 뱃속에 생명이 존재하는 순간에는 붉은 두 줄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설렘과 벅참, 감사함이 밀려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눈물이 핑 돌았고, 가슴은 쉼 없이 두근거렸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너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런 대박 소식을 신랑에게 어떻게 알리지?’

곧 나는 깜짝 이벤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길로 다이소에 가서 선물상자와 종이 쵸핑을 샀고, 임신 테스트기와 함께 포장을 했다. 소중한 임신테스트기가 담긴 선물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담요로 꽁꽁 숨긴 후 신랑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나는 신랑이 오자마자 선물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을 꼭 영상을 남겨 놓고 싶은 마음에 휴대폰을 켜 동영상을 촬영했다.


“진짜 선물이야?

“응 진짜 선물이야. 열어봐. 근데 흔들지 말고 그냥 열어야 돼”

“무슨 선물이지? 수표야? 컴퓨터 교환권? 게임 자유 이용권? 게임 월 정액권?”


신랑은 마치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처음 발견한 아이처럼, 설렘 가득한 얼굴로 상자를 바라보았다. 상자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잔뜩 궁금해하며, 그 안에 담긴 놀라운 소식은 전혀 짐작하지 못한 눈치였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던 신랑은 두 줄이 선명한 임신 테스트기를 발견했다.


“뭐지? 뭐야? 자기 임신했어? 임신이네?

와~ 두 줄이야. 진짜야? 언제? 어떻게~”


한 사람의 남편에서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신랑은 큰 웃음소리와 함께 온 우주를 가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며, 우리 부부의 마음에 봄이 찾아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주위에 많은 분들이 태몽을 꿔주셨다. 시어머님은 길을 가다 밤을 양손 가득 줍는 꿈을 꾸었고, 동료분은 내가 만삭인 모습으로 함께 커피를 마시는 꿈, 또 다른 동료분은 황금사과를 나에게 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아이는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존재하게 된 것 같다.


아이의 존재를 확인한 후 하게 되었던 고민은 태명을 정하는 일이었다.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로 자라면 좋을까?”

신랑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끝에,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햇살처럼 밝고 따뜻한 아이로 자라라는 의미로 ‘햇살’이라고 태명을 정했다.


이제 우리 부부가 해야 할 일은 이 아이가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잘 보듬는 일이다.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 마음이 아이가 어린 시절을 지나 사춘기를 맞이하고, 어엿한 어른이 될 때까지도 변치 않기를 바란다.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이었고, 나는 이렇게 조금씩 엄마가 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 달 내내, 나는 매일 아이에게 속삭였다.

“햇살아, 우리의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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