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친구들
로맹 롤랑은' 인생이란 영화가 시작하고 15분 지나서를 만나는 것이다.'
라고 라디오에서 메시지가 전해진다. 정확한 문장까지는 기억이 덜하지만 인생을 영화 15분 후로 이야기했다.
첫 씬만 놓쳐도 영화의 궁금증이 더해지고 복잡해진다. 15분이면 '왜'일까를 찾아 나설 거다. 왜 그랬을까? 인생의 이유들이 많을 거다.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있다. 나의 수술 소식에 고맙게도 한 명씩 동네로 와 주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친구 K는 매 대화마다 적절한 온도로 말한다. 살피는 감성에 절로 맘이 기운다. 맏딸이라 친정을 살피는 모습을 보고 배운다. 우리의 대화는 순식간에 지난다.
M은 직장 생활하며 다른 부서로 가게 되는 고민이 있었다. 오랜 시간 업무를 해왔지만, 새롭게 간다는 건 불편함이 있었다. 다행히 만났을 때, 적응하며 바쁘게 움직이며
다시 생기를 찾은 모습이다. 나의 고단함을 눈치채고 차만 마시고 가서 미안했다.
만날 때마다 느끼지만 속 깊은 친구이다.
나의 소식을 건네 듣고 온 Y는 몇 개월 전쯤 아래층 부주의로 화재가 났다. 그 라인 아파트가 화재로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Y는 직장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너, 화재 당해봤어!,"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럼, 없지."
남편과 함께 온 N은 2층에 남편을 보내고 1층에서 봤다. 먼 길 와서 미안함이 가득, N은 1년 좀 넘어 가장 친한 친구를 췌장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친구랑 낙산에서 커피 마시며 수다 떨던 게 그립다고 한다. 나도 알았던 친구라 그리움에 동행이 충분히 되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선교사를 하고 지금 서울에 있는 친구는 퇴원하고 보기로 했다.
예전 같음 날아다녔던 NY는 지금 허리가 안 좋아 쉽게 다니기 힘들어한다.
친구의 영성에 힘에 의지가 되는 친구라 고맙다.
성악 레슨을 하는 SY 도 연락을 주었다. 남편이 많이 아팠는데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본인이 감당해야 될 부분도 많았을 친구의 고백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삶의 무게를 가지고 산다.
영화 상영 15분 후에 오는 일들이 우리의 한편에 있고 넘어야 할 파도들을 넘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영화관람하며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의 1 대 1 만남은 특별하고 고마웠다.
친구들 각자 나무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비바람의 시간, 내리쬐는 햇볕, 무성한 외로움, 격정, 그 뒤에 흐뭇한 기쁨들이 내게 보였다. 보지 못한 장면의 15분이 서서히 드러난다.
모든 걸 준비할 수 없는 삶이다. 그러나,
연결되어 있는 이 정서는 어릴 때 서랍 속에 아끼던 인형 보듯
들여다보고 다시 들여다보는 중이다.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