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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물들다

추석을 맞는 가족에 대한 마음

by 루나

여름의 뜨거움 안에 가을이 언제 오려나 했는데

이불을 끄잡아 당기는 날을 맞이한다. 이번에 이사 와서 처음 맞는 가을이다.


오늘의 하늘은 미쉐린타이어가 하얗게 된 것처럼 뭉게뭉게 꽉 찬 타이어 같다. 손이 닿을 듯한 큰 구름들이 내 머리 위에 놓여있었다.


잎사귀로만 알던 나무는 감나무였다. 우리 집 쪽. 앞집, 건너 집, 뒤편에

노랗고 주황빛으로 열려있다. 이게 다 감나무였구나 하면서 가을의 열매로 증명해 준다. 가을은 열매로 보이는 계절이다.

추석 전날은 시어머니 납골당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집에서 다행히 멀지않아 꽃을 드리고 올 수 있었다.

살아계실 때 어머님은 몸이 불편하셨지만, 늘 볼 때마다

"최고다, 댓 끼리다 .(일본어)"

인사를 해 주셨다.


부정적인 언어를 쓰신 기억이 내겐 없다.

안 되면

" 할 수 없제".

말씀하셨다. 돌아가셨어도

어머니 기억은 최고다의 언어로 기억이 저장됐다.


나오면서 추모공원의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남편은 어머님 뵙고 오면 편안해한다.

이렇게라도 잠시 시간 갖기를 원한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오남매를 키워내신 시어머님은 작은 몸의 큰 거인 같은 분이시다. 시어머님의 좋은 기억이 내겐 선물 같다.


추석 다음날은 친정에 갔다. 큰언니의 뇌수두증으로

다시 수술을 할지 논의하게 되었다. 남겨지고 처리할 것 들로 엄마가 평안하지 못하신게 마음에 걸린다.


걱정이 우리 마음을 앞지르고 있다.우리 시야를 첨벙첨벙 가른다.


그래도 추석은 가족을 다시 만나게 했다. 좋은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가족이 함께 풀어가고 있다.

한숨을 돌려가면서 우린 그 금빛 같은 줄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이 가을은 무엇을 물들여 내어놓을 수 있을지

그려본다. 가을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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