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작은 손에 우리의 미래를 부탁해(2)

- 국어 공부가 수학이라구요?

by 데카메르

내 수업은 언제나 국어로 시작한다.

책상 위에 국어 문제집을 펼치고, 아이들이 한 문단씩 번갈아 소리 내어 읽는다.
처음에는 대충 읽거나 소리를 죽이던 아이들이 조금씩 눈빛을 바꿔 간다. 문장 속에서 낯선 단어를 만나고, 짧은 토론이 시작되면 얼굴이 환해진다.


“왜 하필 이 인물이 이런 선택을 했을까?”
“그럼 미래의 AI는 우리를 도와줄까, 위협할까?”


짧은 토론이 교실을 흔드는 순간, 아이들의 마음속에 작은 불씨가 켜진다.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욕구, 스스로 연구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 나는 그 반짝임을 놓치지 않으려 귀 기울인다.
그래, 이제껏 우리 어른들이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미래는 결국 너희들의 몫이다. 마음껏 구상하고, 두려움 없이 만들어 가기를.


토론이 끝나면 독해 문제를 푼다. 낯선 어휘의 정확한 뜻을 익히고, 문단을 요약하며, 글 속의 논리를 따라간다. 누군가는 “겨우 10분?”이라고 묻겠지만, 매일의 10분은 아이들의 사고를 깨우는 힘이다.

수학은 본래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세계다. 그러나 국어의 문장이 뇌를 먼저 깨워 주면, 아이들은 더 쉽게 그 세계로 들어선다. 소리 내어 읽으며 글자를 인식하고, 토론으로 사고가 열리고, 문제 풀이로 읽기 힘이 길러진다.


한 번은 수학을 유난히 싫어하던 아이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전 수학이 싫었는데요… 선생님이랑 하는 국어 시간이 좋아서 수학도 해요.”
그 말이 내겐 무엇보다 큰 격려였다. 아이가 싫어하던 과목을 견디게 만든 건 수학 문제지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읽기와 말하기의 시간이었다


2015년 이후 교과과정이 바뀌면서 수학 문제 속 문장은 길고 복잡해졌다. 이제 수학은 더 이상 숫자만의 학문이 아니다. 문장을 해석하고 의미를 끌어내는 능력이 없으면 풀 수 없는 과목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육 현장은 ‘문해력이 약한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이들은 책 읽기를 힘들어하고, 긴 문장을 이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고민한다. ‘과연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이들을 바꿀 수 있을까?’ 그러나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매일의 작은 10분이 아이들의 사고 습관을 바꾸고, 사고 습관은 곧 삶을 바꾼다는 것을.


교실에서 국어로 시작하는 10분은 단순한 준비운동이 아니다. 아이들의 뇌가 깨어나고, 마음이 열리고, 세상을 탐구하려는 힘이 차오르는 순간이다. 수학을 배우는 데 필요한 문해력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꼭 필요한 생각의 근육이 자라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수업을 이렇게 시작한다.
내 수학 수업은 국어라는 다리 위를 건너 시작된다. 단 10분의 국어가 아이들을 더 멀리 데려다준다.

이전 05화너의 작은 손에 우리의 미래를 부탁해(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