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직원을 위한 근로지원인 제도

by 운틴

근로지원인은 장애의 종류에 따라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명확한 것은 장애인이 직장에서 일할 때 업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장애인고용공단에 등록된 사업체에서 근로지원인을 고용하고 복무를 관리하며 장애인의 신청을 받아 지원을 결정하는 곳은 장애인고용공단이다. 그러니까 장애인 근로자, 근로지원인, 장애인고용공단, 근로지원인 소속업체 이렇게 네 개의 주체가 관여한다.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딴 후 수어통역센터에 지원해 보았지만 경력이 없어서인지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다가 근로지원인 공고를 보고 지원하였다. 나도 청각장애인 당사자이면서 다른 청각장애인의 업무를 지원한다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내 경우는 전화통화도 할 수 있고 경험이 많아서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운 좋게 내 생각에 공감한 분이 계셔서 근로지원인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업무는 내 파트너인 청각장애인 직원 대신 전화를 걸거나 받고 행정 업무를 보조하면서 사무실에 걸려오는 영상전화를 는 일이었다. 근로지원인 관리는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직접 하지 않고 장애인 단체에 하청을 주어 그곳을 통해 급여를 받았다.


조직에서 수어로 소통하는 것도 처음이고 일하는 것도 오랜만이어서 서툴렀지만 나이가 많다는 노련함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2년 넘게 일했다. 솔직히 내가 청각장애인 직원의 업무를 도운 부분보다는 같이 일하는 경험을 통해 얻은 게 더 많았다. 내가 미숙해서 일을 익히기까지 소통이 잘 안 됐다. 수어로 대충 내용을 이해하더라도 세세하게 정확히 포착을 못한 부분이 있으면 잘 모르겠다고 말해야 했다. 건성으로 알았다고 해놓고 나중에 다시 되물었다가 호되게 질책을 당하면서, 모르면 그 자리에서 모른다고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았다. 파트너 직원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정기적으로 회식을 같이 하며 의욕을 북돋운 것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건 불안했다. 별일 없으면 재계약을 할 수 있었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싶어 2년 4개월 후에 다른 직장으로 이직했다. 이직을 하게 된 계기도 파트너 직원이 다른 일을 찾는 걸 보고 나도 그냥 주저앉는 것보다 더 나은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도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하는 그의 모습이 자극이 되었고 회사를 옮길 때 아쉬움이 컸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이직 후에는 내가 다른 근로지원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입장이 바뀌었지만 사무실 직원들이 많이 도와주어 따로 근로지원인이 필요 없었다. 나는 그랬지만 청각장애나 그 외 다른 장애 때문에 사회에서 일하는 걸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는 분이 계시면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참고로 하여 취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정부에서는 장애인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초과한 기업에는 장려금을 주고 의무고용률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는데 근로지원인 제도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면 좋을 것 같다.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고 이에 따라 근로지원인의 취업이 늘어나면 2배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이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농아인 협회에서 근무하는 청각장애인 직원을 보니 수어를 쓰는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사람이 수어를 아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수어통역사, 근로지원인,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있었는데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하다 보니 듣지 못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청인과 같이 일하는 우리 회사와 비교하니 부럽기도 했는데 그런 만큼 농인 직원의 수요는 많지 않아 입사하는 일만 해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이전 02화청각장애인 직원을 호출할 땐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