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여명의 눈동자, 하지
하지 저녁
물 위에
하늘이 떠 있었다
하늘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
건물들도
불빛들도
물속에서
조용히 말을 아꼈다
궁창은
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래에도 있었다
그 아래의 아래
내 마음 하나
잠겨 있었다
십자가가 먼저 붉어진다
하늘이 따라 번진다
이 저녁의 노을은
누군가의 피다
하루가
스스로를 찢어
빛으로 남기는 고백
동쪽 하늘이
서서히 눈을 뜬다
여명은
태양의 첫 눈동자
그는 다시
세상을 바라보려
어둠을 밀어낸다
시산(詩産), 시를 낳아, 언어 너머의 피안을 짓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