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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두 번째 오키나와 1

다시 오키나와로

by Taei

2023년 취준생이던 조카와 처음 떠났던 오키나와.

“이모, 일본어 한마디도 못하는데 괜찮아요?” 걱정하던 민지는 구글맵을 켜고 숙소까지 척척 길을 찾아냈고 나는 짐만 끌고 뒤따르며, 믿음직한 조카에게 기대며 첫 오키나와 여행을 시작했었다.


라멘집에서 국물을 흘리며 깔깔 웃고, 동네 슈퍼에서 과자를 한가득 담아 나오던 소소한 장면들까지, 그 여행은 오래 남을 기억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올여름엔 후쿠오카를 알아보다가도 결국 검색창에는 다시 ‘오키나와’가 올라왔다.

“이모, 오키나와가 제일 좋아요.”

조카의 한마디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 둘의 여행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2년이 지나 조카는 계약직 사회인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백수였다.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가볍게 떠날 수 있었다.

비행기 표를 끊는 순간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창가에 앉아 바다가 눈에 들어오자, 우리는 동시에 말했다.

“왔구나, 다시.”

둘만의 두 번째 오키나와, 또 한 번의 현실도피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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