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로 계속 내리던 비가 잠시 멈췄다.
하늘이 맑게 열리자마자 서둘러 텃밭으로 향했다.
며칠 전 고구마를 캐고 비료를 섞어둔 밭에
오늘은 월동시금치 씨앗을 뿌렸다.
흙이 촉촉해서 손끝이 부드럽게 들어갔다.
삽자루를 잡은 손끝에서 다시 계절이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텃밭 가는 길에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하고,
오랜만에 만난 붕어빵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도 같은 자리, 같은 하얀 트럭,
돌아올 때 사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정했다.
가을 햇살이 잠깐 고개를 내밀었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좋아하는 노래가 흘렀다.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짧은 햇살이지만 그 안에 가을이 가득했다.
시금치 씨앗을 뿌리는데, 텃밭 고양이 ‘낙성이’가 다가왔다.
조용히 옆에 앉아 내 손끝을 구경한다.
무와 배추가 무성하게 자란 다른 밭들을 보며
조금 부럽기도 했지만, 내 밭도 곧 초록으로 차겠지 싶었다.
작업을 마치고 따릉이를 타고 붕어빵 트럭으로 향했다.
매년 같은 미소로 맞아주는 사장님께
“올해도 오셨네요” 인사를 건넸다.
흰 봉투에 담긴 붕어빵을 받자
따뜻한 김이 손끝에 닿았다.
별거 없는 하루지만,
이런 작은 일들이 쌓여 오늘 하루는
유난히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