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공무원 월급으로 다섯 남매를 가르치셨다. 그렇게 휴가 한번 없이 평생을 직장에 착실히 다녔다.
퇴직 후에는 매일 산에 가셨다. 탁구도 치러 다녔는데, 아빠보다 젊은 사람들과 시합을 해도 실력이 뛰어나 탁구장에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시니어 탁구 대회도 나가서 지역 신문에 크게 실린 아빠의 사진을 자랑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19가 터졌다. 외출도 거의 못하게 되고, 노인들에게 위험하다고 하니 나라에서 정해준 날짜에 1차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맞으신 며칠 후 아빠와 통화를 하는데 이틀 전에 맞았고,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두 달 후에 2차를 맞으면 된다고 하셨다. 백신 부작용이 걱정됐는데 괜찮다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아니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아빠와 통화를 하는데 질문을 해도 한 달 전보다 너무 답을 못하는 거다. 기억력이 많이 좋은 우리 아빤데 말이다. 연세를 탓하기엔 한 달 전과 너무 달랐다. 가족들에게 돌아가며 전화를 돌렸다. 아빠가 좀 이상하다고.
"나이 드시면 다 그래. 언니네 시아버지도 그러셔."
그게 아닌데. 약을 빨리 복용하면 진행을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답답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후로 아빠는 급속도로 안 좋아지셨다. 병원을 가지 않겠다고 하셔서 몇 달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겨우 병원을 가고 약도 드시게 됐지만 효과는 모르겠다. 그렇게 아빠는 변하고 있다.
어버이날이라고 아빠 목소리를 들으려고 전화했다. 예전처럼 목소리만 들어도 이름을 부르지 않으시기 때문에 직접 알려준다. 그러면 반가워 하기보다 형식적인 느낌으로 물어온다.
"지금 어딨어? 어디 살아?"
매번 똑같은 질문, 똑같은 대답.
아빠의 이런 모습은 아직도 내겐 낯설고, 어색하다. 오늘도 아빠는 내가 누군지 모른다. 아빠에게 내가 그렇듯, 아빠는 내게 낯선 사람이 되었다.
그냥 가만히 바라만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