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 Solitude

고독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

by KOSAKA

고독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을까. 어린 시절의 고독은 친구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잠시 소외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끼는 어두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중년에 이르면 고독은 더 이상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삶의 한 층위로 자리를 잡는다. 가족과 직장, 사회적 역할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인식하게 된다.


젊은 날에는 ‘혼자’가 종종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상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곧 해방감을 주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혼자’라는 말에는 조금씩 무게가 얹힌다. 더 이상 선택의 자유라기보다,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이 되어간다. 아이들이 자라 집을 떠나고, 부모 세대는 세월과 함께 저물어간다. 친구와 동료 역시 각자의 삶으로 바쁘게 흩어진다. 남겨진 것은 어쩌면,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길고 조용한 시간이다.


고독은 불편하다. 그러나 동시에 사유의 공간을 열어준다. 소음이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들리는 소리가 있다. 외부의 요구가 사라지고 나면 마침내 꺼내볼 수 있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혼자 걷는 산책길에서, 혹은 늦은 밤 책장을 넘기는 순간에,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직면한다. 이 과정은 종종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대 사회가 고독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 알림, 끊임없는 정보, 소셜 네트워크의 연결은 고독의 공백을 즉시 채워버린다. 우리는 혼자가 되기 전에 이미 타인의 흔적과 목소리로 둘러싸인다. 하지만 이 편리한 장치들은 고독을 몰아내는 대신, 피상적인 연결 속에서 더 큰 고립감을 남기기도 한다. 사람들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나를 깊이 이해해 주는 이가 없다는 감각. 이것이야말로 중년 이후의 삶이 직면하는 고독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고독을 적으로만 삼을 필요는 없다. 고독은 때로 삶을 성찰하게 하고,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혼자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가’를 더 분명히 알게 된다. 혼자일 때 자신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결국 타인과도 온전히 함께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고독을 받아들이는 일은 곧 성숙의 과정이다.


고독을 다루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어떤 이는 산을 오른다. 고요한 숲길에서 심호흡하며, 자연의 거대한 질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가늠한다. 또 다른 이는 음악을 듣는다. 가사를 흘려보내고 선율 속에 잠겨, 잠시 다른 세계를 여행한다. 혹은 기록을 남기며, 언어로 자기 자신을 정리하려 한다. 이런 시도들은 고독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는 방법이다.


중년의 고독은 결국 죽음의 예행연습인지도 모른다. 삶의 마지막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절대적인 고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오히려 우리에게 위안을 줄 수도 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고, 누구도 그 고독을 피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독은 역설적으로 보편적이다. 이 인식이 주는 평온함이 있다.


그러니 고독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여겨보자. 고독이 찾아올 때, 그것을 밀어내지 말고 맞이하는 것. 그 속에서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여전히 곁에 남아 있는 이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중년 이후의 삶이 가르쳐 주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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