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지 못한 것들이 남겨주는 선물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완전히 끝맺은 일보다 어딘가 미완으로 남아 있는 순간이 더 많다. 학교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 이어지지 못한 인연, 다 읽지 못한 책,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한 꿈들. 이런 것들이 모여 내 삶의 풍경을 만들었다.
그래서 미완은 결핍이라기보다, 여전히 열려 있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진다.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이어갈 수 있고, 새로운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년에 들어서면 ‘완성’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경력도 어느 정도 쌓였고, 가족의 한 챕터도 정리된 듯 보인다. 그런데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덜 끝낸 일들이 많다.
하고 싶었지만 미뤄둔 공부, 연락이 끊겨버린 사람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담아둔 일들. 책장에 꽂혀 있는 ‘책갈피가 꽂힌 책’처럼 내 삶도 어딘가에서 멈춘 채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미완의 흔적이 꼭 부끄러운 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이 삶의 여백이자 또 다른 출발선일지 모른다.
완성은 하나의 종착점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만 드러난다. 글을 예로 들면, 원고를 마무리했다고 해도 다음에 읽으면 늘 고치고 싶은 부분이 생긴다.
글쓰기의 완성은 출판이나 저장의 순간이 아니라, 계속 다듬고 싶다는 마음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삶도 비슷하다. 끝내지 못한 것들을 안고 나아가기에 더 풍부해지고, 불완전하기에 더 인간적이다.
그래서 중년 이후의 삶은 억지로 마무리하려 하기보다, 열어 두는 쪽이 더 어울린다. 아직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조급하게 만들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다 하지 못한 관계도 여전히 의미를 품고 있고, 미완의 그림처럼 어딘가 비어 있기에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결국, 미완은 실패가 아니라 인간다운 흔적이다. 누구의 삶도 완벽히 닫힌 형태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늘 진행형으로 살아가고, 완성은 마지막 순간에야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 미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나의 여백이자, 내일로 향한 초대장이니까.
오늘도 나는 내 안의 많은 ‘unfinished’를 품고 산다. 그 불완전함 덕분에 내일이 조금 더 기다려지고, 여전히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