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브런치 작가 기장 구닥다리님의 브런치북 <일하기는 싫어도 글은 써야지>에 대한 저의 짧은 서평입니다.
“퇴사는 못 해도, 글은 쓸 수 있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브런치북이지만, 흐름은 분명합니다. 거창한 성공담 대신, 퇴근 후의 피곤함과 다음 날의 회의 사이에서 한 문단이라도 끌어내는 생활의 리듬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들뜨기보다 차분해지고, 오늘 할 수 있는 최소한이 무엇인지가 또렷해집니다.
연재의 힘은 ‘큰 약속’이 아니라 ‘작은 약속’에서 나옵니다. 정해둔 요일에 길지 않아도 반드시 올리는 태도, 과장하지 않고 지금의 체력과 시간 안에서 꾸준함을 선택하는 습관. 작가는 “더 잘되면 쓰겠다”가 아니라 “쓰면 조금 나아진다”를 증명합니다. 이 로우 톤의 확신이 연재 전체를 지탱하고, 독자에게는 ‘나도 가능한 방식’이라는 감각을 줍니다.
주제는 명확하고 정확합니다. 일은 버거운데 삶의 의미를 잃고 싶지 않다. 여기서 제시되는 해법은 멋들어진 처세술이 아닙니다. 자기 보호, 거리 두기, 짧은 휴식, 그리고 기록. 회사가 바뀌지 않아도 내가 망가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루는 기술들입니다. 글쓰기는 성과를 뽑아내는 도구가 아니라, 숨구멍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늘도 버텼다”를 문장으로 붙잡아두는 일. 그 작은 승리가 다음 날을 열어 줍니다.
문체는 담백합니다. 현학적인 비유나 과장된 자기고백이 없습니다. 생활의 속도, 업무의 피로,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은 것들이 솔직하게 놓입니다. 여러 플랫폼 공략법이나 수익화 비법을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왜 “꾸준함”이 유효한지 자연스럽게 설득합니다. 연재가 진행 중인 만큼, 매회가 완결된 하나의 정답이라기보다 작가의 작업 일지처럼 읽힙니다. 실패와 반복, 미세한 개선이 기록되고, 그 누적이 곧 체력이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특히 와닿은 지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가능한 범위를 정확히 좁히는 태도입니다. 퇴근 후 30분, 출근 전 10분, 점심 뒤 5분—시간 단위를 크게 잡지 않고도 문단 하나, 제목 하나, 문장 손질 몇 줄을 끝내는 방식이 일상의 마찰을 크게 줄여 줍니다. 일과 글이 서로의 적이 아니라, 서로의 템포를 조절해 주는 도구가 된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둘째, 감정과 사실을 분리하는 습관입니다. 회사에서 겪는 피로를 곧장 하소연으로 풀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 기록으로 바꿉니다. 그 과정에서 감정은 가벼워지고, 다음 행동은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오늘은 두 문단만 쓰고 잔다”, “내일 아침에는 제목만 정한다”, “점심엔 지난 글 다듬는다” 같은 문장들이 곧 작업 루틴이 됩니다. 내 일상에도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문장들이라 더 힘이 있었습니다.
이 연재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단합니다. 글쓰기는 결과가 아니라 상태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 더 잘 쓰는 법을 찾느라 멈추기보다, 쓰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법을 택한다는 것. 그래서 이 글들은 동기부여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생활의 근거가 됩니다.
읽고 나면 거창한 계획 대신 오늘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작은 결심이 하나 생깁니다. 예를 들어, “업무용 메신저 닫고 15분만 초안 쓰기”, “퇴근 지하철에서 문단 하나 갈무리하기” 같은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연재가 완성되면 더 체계적 정리와 확장이 뒤따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도 충분히 실속이 있습니다.
진행 중이라는 특성이 오히려 현실감을 높여 줍니다. ‘지금도 누군가 어딘가에서 퇴근 뒤의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려 이 문장을 쓰고 있겠구나’라는 상상이, 내 손을 움직이게 합니다.
끝으로 이 연재를 정의하는 한 문장을 다시 적어 둡니다. “길게 계획하지 말고, 짧게 쓰고, 일정만 지키자.”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 문장이 살아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장과 글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 쉬운 우리에게, 가장 실용적인 리듬 하나를 선물하는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