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권리는 누군가의 희생
보스는 나이지리언 Esp 8
루카스가 똥을 쌌다
By 윤슬, 걷다
루카스는 자폐 장애인이다. 나이는 쉰넷.
그의 자폐는 계속되는 혼잣말, 몸을 앞뒤로 흔들기, 그리고 강박 증상 등—우리가 매체에서 흔히 보는 그 전형적인 모습이다.
호주의 장애인 복지는 지난 50년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루카스가 어릴 적엔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정부 정책이었다.
그 역시 예닐곱 살 무렵, 블루 마운틴에 있는 선샤인 칠드런스 하우스라는 시설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하지만 지금도 '선샤인 하우스'나 '블루 마운틴'이라는 말만 나와도 루카스는 비헤이벌(behavior)을 보인다.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많다는 방증이다.
루카스는 아버지를 모른다.
그의 엄마는 싱글맘이었다.
그리고 루카스가 열일곱 살 되던 해, 엄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직진 중이던 엄마의 차를 유턴하던 트럭이 들이받았고,
찌그러진 차를 절단하여 엄마를 꺼냈지만 이미 숨이 멎은 후였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루카스에게도
단 한 명의 수호천사가 있었으니 그녀는
Aunty Lue, 루 이모이다.
그녀는 매주 수요일마다 루카스를 만나 애프터눈 티를 함께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저녁을 먹이고, 취침 시간에 맞추어 데려다 준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그 외의 특별한 날들에는 그를 초대해
2박 3일 슬립오버를 한다, 루카스는 루 이모의 집에서 가족처럼 지낸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이면—
집 앞에 도착한 루카스는 한참을 서성인다.
보컬라이제이션(vocalisation, 소리지르기)과 키킹 더 도어(kicking the door, 대문 걷어차기).
그건 그가 집에 돌아오기 싫다는 몸짓이다.
루카스에게는 친구도 한 명 있다.
이름은 헬렌.
어릴 적 루카스의 비헤이비어 테라피 (행동치료)선생님이었다.
그의 엄마가 직접 고용했던 선생님.
두 사람의 인연은 거의 40년에 가깝다.
어느 날, 내가 루카스를 데리고 헬렌을 만나러 갔을 때—
헬렌은 먼저 도착해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루카스의 눈길이 그 콜라에서 떨어지지 않자,
헬렌은 조용히 자신의 콜라를 그에게 내밀었다.
곧이어 루카스에게도 피쉬 앤 칩스와 콜라 한 잔이 나왔다.
이 메뉴는 루카스에게 특별하다.
루 이모나 헬렌과 함께일 때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뒤엔, 헬렌이 꼭 커피까지 시켜준다.
나는 두 번째 콜라부터는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40년 지기 헬렌 앞에서 나의 발언권은 그야말로 쪼그라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루카스가 차 안에서 똥을 쌌다.
출발 전 화장실에 다녀오긴 했지만,
콜라 두 잔, 기름진 피쉬 앤 칩스, 그리고 커피까지—
그 조합은 그의 장을 지나치게 자극한 모양이었다.
사실 루카스는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곧잘 탈이 난다.
하우스 매니저는 루카스에게 이 음식들을 금지했지만,
안티 루와 헬렌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에겐,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어요.”
차 안은 정말 고역이었다.
성인 남자가 차안에서 똥을 싸고, 나는 창문을 열어 놓은 채 냄새를 참으며 남은 거리를 운전해서 돌아와야 했고, 도착해서는 그걸 치워야 했다.
그러나 그의 자유를, 그의 권리를, 그의 인간다움을 지지하는 루 이모가 맞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삼키는 근육조차 약해져, 의사는 콧줄 삽입을 권했다.
아버지는 간식을 참 좋아하신다.
별 다른 재미가 없는 요양원에 입소하신 이후로는 더더욱.
면회를 갈 때마다 간식 보따리만 세 개는 기본이다.
이제 그 좋아하시던 간식조차 드시지 못한다.
콧줄로 영양을 받으며 누워 계신 아버지를 보는 건,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루카스가 콜라를 마시고, 피쉬 앤 칩스를 먹고,
설령 똥을 쌌을지언정—
그 자유와 권리 지지한다.
나는, 루 이모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