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 Part 1. 일과 삶

당신의 하루는?

by 스털링

당신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가? 샐러리맨일 수도, 자영업일 수도, 프리랜서일 수도 있다. 하루 일과는 어떤가? 몇 시에 출근하고 몇 시에 귀가하는가? 출퇴근에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는가? 당신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은 충분한가?


내 이야기를 해 보자.

1990년대 초 나의 첫 직장은 E&C 기업이었다. R&D 부서에서 근무했기에 생활은 규칙적인 편이었다. 9시에 출근해 7시 전에 퇴근했다. 출근 전에는 수영을 하고, 퇴근 후엔 영어·일어 학원을 번갈아 다녔다. 주말에는 테니스를 치거나 등산·낚시를 다녔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의 나는 꽤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전산팀으로 옮긴 후에는 삶이 달라졌다. 계획을 세워 일을 하기 보다 보고서를 위한 일상이었다. 부서장의 비위를 맞추느라 부서원들 모두 전전긍긍했다. 5분 대기조처럼 늘 긴장했고, 내 시간을 관리할 수 없었다. 회식도 잦았다. 주 3회 이상 이어지는 회식, 새벽 귀가, 포기한 수영과 자기계발. 점점 삶이 일에 잠식되어 가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직장은 IT서비스 회사였다. 집에서 걸어 다닐 만큼 가까웠고, 팀장으로서 비교적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었다. 영어학원도 다니고 주말에 등산도 다녔다. 하지만 다음에 컨설팅 회사로 옮기면서 또 한번 모든 것이 바뀌었다.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퇴근 시간은 기약 없었고, 벤치 상태에서는 밤샘 제안 작업이 일상이었다. 고객사가 어딜지를 모르니 출퇴근 시간도 둘쭉날쭉이었다.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곳이 되었고, 내 몸과 마음은 늘 피곤에 절여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입사한 지 두 달도 안 되어 퇴사를 결심했다. 일이 힘들어서라기 보다, 내 삶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은 내가 가장 오래 다닌 회사이자 마지막 직장이 되었다. 마지막 직장에서 나는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는 늘 일이 먼저였다. 성실해야 한다는 오랜 습성과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본능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다른 삶의 태도를 경험하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팬데믹을 지나며 그 차이는 더 뚜렷해졌다.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 같은 회사였지만 일하는 장소에 따라 달라진 생활 패턴을 소개하고,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에 대한 나름의 인사이트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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