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각 14 | 정리

쉽게 정리하지 못한 마음

by 진형

‘쪽방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를까. 가난한 사람, 인생을 실패하고 오갈 곳 없는 사람. 어떤 이는, 의지도 없이 정부 보조금을 갉아먹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은 그렇게 불리던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다.


박 씨 아저씨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쪽방 사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너저분한 방, 정리되지 않은 외모, 씻지 않아 나는 냄새.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의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그는 유난히 몸이 약해 보였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부터 그는 앓고 있는 병이 많은 사람이었다. 병은 당뇨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그는 당뇨병이 있었고, 신장 장애가 있어 투석을 받고 있었다. 시력도 점점 나빠지고 있었고 결국 앞을 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주 넘어졌는지, 얼굴에도 상처가 많았다.


정확한 사정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는 늘 병든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아파서 쪽방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몸이 많이 아파 보였지만, 그는 아픈 내색을 거의 하지 않았다. 투석을 하러 가는 날이면 그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도와달라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늘 혼자 택시를 불러 병원을 다녀왔다.


안색이 좋지 않을 때면 그에게 물어보곤 했다.

“괜찮으세요? 도와드릴까요?”


그러면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택시 불렀으니까 곧 병원에 다녀올게요.”


누가 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다행히 그의 인품 때문인지 주변에는 그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많은 기관에서도 그를 돕고 있었다.


그는 고마움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의 과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시간을 견뎌왔는지…. 그는 늘 말수가 적었고, 늘 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고, 그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어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뒤, 그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놀랍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몸이 버틸 수 없을 만큼 아팠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가 떠난 후 하루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유가족이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에게 가족이 없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이곳에는 무연고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비통한 표정을 한 그의 가족들을 그가 살았던 방으로 안내했다. 방을 정리하고 유품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유가족은 그의 오래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4형제 중 셋째였다. 젊었을 때 형제들 중 가장 형편이 좋았다고 한다. 돈을 잘 벌어 형들에게 용돈도 주곤 한 착한 동생이었다고 한다.


가족 중에서도 심성이 가장 고왔다. 늘 불평 없이 살던 사람이었고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을 잘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아무런 이유도,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형제들은 그를 사방팔방 찾았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그동안 몇 번 그를 찾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다시 사라졌다. 그렇게 찾고 도망가고를 반복했다.


큰 형님이 나에게 물어보았다.

“가족을 찾는다고 하지는 않았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가족이 있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큰 형님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우리가 있는데, 왜 안 찾았을까요. 그랬다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요. 우리도 이제는 함께 살아갈 만큼 다들 잘 살고 있거든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외롭게 살지는 않았다는 것을 전하는 것뿐이었다.


쪽방은 외로움과 고독의 상징이기도 하다. 유가족에게 그렇게 남겨지기를 원치 않았다.


“몸이 많이 아프셨어요. 그래서 하루하루 힘들게 사셨습니다. 그래도 정말, 어떤 누구보다 착하신 분이셨어요. 그래서 그분 옆에는 늘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매일 함께 이야기 나누던 사람도 있었고 매일 찾아가던 사람이 많았어요.


그리고 한참을 침묵한 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 생각에는 몸이 많이 안 좋아지시면서, 가족에게 짐이 될까 봐 일부러 더 멀리하신 게 아닐까요.”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살아온 삶을 생각해 보면, 그것이 가장 그 다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그를 조용히 정리했다.


그의 방도, 그의 삶도


‘쪽방 사람’이라고 불리던 그는, 겉모습만 보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한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떠난 뒤 알게 된 그는 많이 달랐다.


그를 간절히 찾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불리며 살지 않아도 될 사람이었다.

어쩌면 삶의 선택이었을 뿐, '쪽방 사람'이 되려고 한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쪽방 사람’의 삶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게 되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