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떤 단어를 잔뜩 신난 강아지의 엉덩이처럼 느껴지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4호선 끝자락에 있던 우리 동네에서 전철을 타고 가다가, 산본역을 지날 때면 너는, 벌써 산뽄역이야? 전철 진짜 빠르다. 얘기했다. 나는, 산본역인데 왜 산뽄역이라고 그래?라고 물어봤다. 글쎄 산뽄역이라고 발음이 되지 않아?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내게 산본역은 산뽄역이 됐다.
네가 발음하는 강아지 엉덩이 같던 그 단어를 듣고 싶어서 난 부러 금정역에서 네게 전화를 걸 때가 많았다. 지금 산본역이야! 하면, 너는, 벌써 산뽄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