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저장>

by 배혜린

어떤 말은

보내기 전에 지워진다


커서는 깜빡였고

손가락은 잠깐 멈췄다


그때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런 생각이었는지

그냥 귀찮았던 건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사과하려다

삭제한 적이 있다

진심이었는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모티콘을 눌렀다가...

지웠다가

다시 눌렀다가

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그게,

내가 가장 자주 한 말이었다


어디선가

“자동 저장 중입니다”

라는 문구가 떴다


나는 그걸 닫지 않았다


그날 이후,

말도

침묵도

그림자도

모두 조금씩

저장만 되고 있었다

임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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