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후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1980년대 대학가요제 때 불려,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곡이다.
어디 연극뿐이겠는가.
화려함 뒤에 오는 공허함이.
미술전시도 다르지 않다.
전시가 끝나고 난 후의 그 허허로움...
개인전이든 아트페어든 언제나 시작은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한다.
1년, 혹은 그 이상 준비하며 쏟았던 내 열정의 산물이
타인의 시선 앞에 놓이게 되는 순간...
벌거벗은 내가 거기 서 있는 듯한 부끄러움과,
혹시 하는 기대감이 뒤섞인 복잡한 떨림이 찾아온다.
전시장에는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
어떤 이는 무심히 스쳐 가고,
또 어떤 이는 내 그림에 과분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무심한 눈빛에 작아지기도 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막연한 희망을 품기도 한다.
교사로서의 일상을 병행해야 하는 나에게,
전시 기간은 아주 바쁘고 피곤한 시간이다.
서둘러 수업을 마치고 전시장에 도착하면 이미 늦은 시간.
몸도 지치고, 신경까지 예민해져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하다.
전시 중에는 긴장감으로 간신히 버텨내지만…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기대했던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허탈함에
내 기분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떠다니던 풍선에서 조금씩 바람이 빠져나가듯.
관람객들의 발길이 하나둘 끊기고,
6시가 넘으면 부스 이곳저곳에서 철수 준비로 분주해진다.
나도 주섬주섬 그림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그림을 모두 걷어낸 전시장.
화려하고 생기 넘치던 공간은
여기저기 흩어진 포장 비닐과 남겨진 잔해들로 황량해진다.
꺼진 조명이 스산함을 더한다.
마치 이삿짐을 빼고 난 후의 빈집 같다.
“내년에 또 봬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
가슴속으로 스산한 바람이 분다.
조금 전까지의 모든 것들이
오래전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갑작스러운 허기가 밀려온다.